사이버공간이 장물과 음란물 판매시장 등 범죄공간으로 이용되고 있다. 사이버공간에서 이루어지는 매매의 특성상 판매자와 구매자가 직접 만나지 않아도 되고 수사기관의 눈을 피해 은밀히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에 이같은 현상은 확산되는 추세다.
인터넷 경매사이트 ‘옥션’ 등을 통해 음란물을 판매한 혐의로 27일 검찰에 의해 구속기소된 김옥성(金鈺成·24)씨는 1∼4월 옥션 사이트에 경매등록을 한 뒤 이 곳을 통해 88차례에 걸쳐 ‘한국 몰카(몰래카메라) 모음’ ‘일본 초체험지옥’ 등 불법 복제한 음란CD 164장을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박정주씨(25·무직)는 지난해 11월부터 지난달까지 인터넷 검색사이트인 ‘야후’ 게시판에 광고를 낸 뒤 음란CD 1만여장을 팔아 7000여만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로 함께 구속기소됐다. 구속된 박경일씨(24·K대 4년)는 지난달 인터넷 통신사업자인 ‘네띠앙’으로부터 무료 홈페이지 계정을 받아 음란사이트 2개를 개설하고 음란사진을 전시한 뒤 음란CD 400여장을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에 앞서 지난달 전직 대학강사인 이모씨(37)는 서울 용산전자상가에서 훔친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을 옥션 등 경매 사이트를 통해 처분하다 경찰에 구속됐다.
이씨는 용산 전자상가에서 편당 300만원 이상의 고가 소프트웨어 프로그램 68개를 훔친 뒤 이를 경매 사이트에서 개당 절반 가격인 150만원에 올려 65개를 팔아 넘겼다.
한 경매 사이트 직원은 “경매 사이트를 통해 거래되는 장물과 음란물은 수사기관에 적발된 것보다 훨씬 더 많다”며 “다만 사이트 운영자들이 이를 적발해도 사이트의 신용도 등 때문에 수사기관에 신고하지 않아 드러나는 것이 적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사이버 공간에서 장물과 음란물 등이 판매되면서 과거 대표적인 장물시장과 음란물 판매시장이었던 서울 중구 황학동시장과 청계천 세운상가 일대에서는 장물과 음란물 거래가 크게 줄어들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운영되고 있는 경매 사이트는 50여개. 사이트마다 하루에도 수백개의 물품이 올라와 수사 당국이 이들 사이트에서 모든 물품을 감시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또 경매 사이트 운영자들도 물품 판매자의 신용도를 확인하는 등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기는 하나 이같은 방법으로는 장물이나 음란물 판매 근절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한 경매 사이트 직원은 “물품 판매자에게 전화를 걸어 물품의 내용 등에 대해 자체 조사를 하고 과거 물품 판매 등을 토대로 판매자의 신용도를 확인하고 있으나 장물인지 여부를 구분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털어놨다.
경찰청 사이버수사대 관계자도 “판매자와 구매자가 직접 만나 장물을 사고 팔 경우 현장을 덮쳐 장물 여부를 곧바로 확인할 수 있으나 사이버 공간에서 매매가 이루어지는 경우에는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없기 때문에 단속할 방법은 없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수사기관은 사이버 공간에서의 위법물품 판매행위를 피해자나 제보자의 신고에만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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