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은 남북한 주민이 화해의 시대를 맞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인권의 개선입니다.”
아르헨티나 인권 운동가이자 1980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아돌포 페레스 에스키벨(69)은 27일 남북정상회담을 이같이 평가하며 “인권문제는 종착역이 없는, 끊임없이 노력해야 하는 인간의 숙명적 과제”라고 말했다.
한국인권재단(이사장 신용석)의 초청으로 26일 방한한 그는 “인권의 본질적 개념은 변함이 없지만 인권운동의 관심분야는 변해왔다”고 말했다.
그도 역시 30년 전 처음 인권운동을 시작했을 때 라틴아메리카 국가들의 군부 독재에 항거하는 것이 목표였다.
76년 아르헨티나에 군사정권이 들어서자 에스키벨은 ‘5월 광장 어머니회’ ‘5월 광장 할머니회’ 등 희생자 가족 단체와 조직을 지원하다 2년간 투옥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그는 아동인권과 외채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군사독재가 어느 정도 극복된 사회에서 정치와 정책의 실패로 발생하는 새로운 인권 침해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려는 노력이다.
그는 “아이들의 현실은 사회의 모습을 반영하는 거울”이라며 “버려진 아이, 노동을 착취당하는 아이, 매춘에 내몰리는 아이들이 생기는 것은 전적으로 그 사회의 책임”이라고 말했다.
에스키벨은 사회가 버림받은 아이들을 위해 자유의 공간을 마련할 것을 제안한다. 그 곳에서 아이들이 사회에 대해 긍정적 사고를 갖도록 해야 한다는 것. 에스키벨은 자신의 집에 200여명의 어린이가 사는 어린이집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북한의 인권 상황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은 그는 “남북정상회담으로 강대국들에 의해 빚어진 갈등을 남북한이 해소할 기회를 맞았다”면서 “북한 주민들의 삶이 향상될 것”이라고 말했다.
1980년 한국 군부가 인권을 탄압하고 김대중(金大中)씨에 대해 사형선고를 내렸을 때 이에 항의하고 구명운동을 벌이기도 했던 에스키벨은 27일 청와대로 김대중대통령을 예방했다.
그는 30일 서울대 근대법학교육백주년 기념관에서 ‘평화와 인권’을 주제로 강연한 뒤 출국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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