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전체 가계의 1%가 국부(國富)의 40%를 점하고 있다. 이같은 부의 집중도는 다른 선진국들과 비교할 때는 물론이고 빈부격차로 악명 높은 남미 국가들에 비해서도 나을 것이 없다. 미국의 왜곡된 소득분포는 잘난 몇 사람이 싹쓸이 해 가는 미국식 정통 자본주의 정신이 빚어낸 산물이다. 효율적 자원배분과 적자생존의 경제논리 하에서 빈부의 격차가 정당화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의 일부 식자들은 이러한 부의 편재 현상을 예사롭게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이것이 사회적 결속을 저해하여 궁극적으로는 미국을 이류, 삼류 국가로 전락시킬 것을 우려하면서 그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것이다. ‘오너쉽 솔루션’(The Ownership Solution)의 저자 제프 게이츠가 그 한 예다.
게이츠는 빈부격차와 같은 자본주의의 태생적 한계를 극복하고자 사회 운동을 벌여온 인물로 국제적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그는 이미 오래 전부터 미국사회에서의 소득불균형의 문제를 종업원지주제의 활성화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주창해 왔다. 자신의 신념을 펴기 위해 미국 상원 재무위원회 전문위원으로 봉직하면서 종업원지주제 관련 연방 법률 제정에 막중한 역할을 담당했다. 지금은 종업원지주제 관련 컨설팅회사를 운영함과 동시에 ‘Shared Capitalism Institute’의 원장으로 활약하고 있다.
그는 이번 저서에서 종업원지주제 개념을 단순히 종업원들의 이익을 도모코자 하는 복지정책의 일환으로 한정할 것이 아니라, 이를 발전시켜 보다 폭넓은 의미에서의 주식소유 대중화를 이룩하자고 말한다. 그럼으로써 21세기 우리 인류가 지향할 새로운 자본주의 패러다임의 기본틀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의 풀이에 따르면, 지금과 같은 미국의 경제구도는 인류 공동의 선(후손들에게 물려줄 자연환경을 온전히 보존하면서 인류 모두가 더불어 같이 살아간다는)이 지켜지지 않는, 이른바 ‘양심이 결여된’ 자본주의라고 해석하였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오늘날의 자본주의는 전세계에 걸쳐 수익성이 높은 투자를 찾아내는 데는 비상한 능력을 발휘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엄청난 사회적 불평등과 환경상의 비극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미국의 경제가 이렇게 된 것은 주식의 소유권이 너무 기관화되고, 일부 소수 계층에 지나치게 집중되면서, 경제 의사결정들이 실제 이해당사자들과의 피드백이 결여됐기 때문이라고 보았다.
저자는 이같은 자본주의의 병폐를 치유하기 위해서는 주식소유 패턴을 보다 대중화하고 인간화함으로써, 공동체를 지향하는 경제 구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갈파한다. 보다 구체적으로, 기업들이 종업원을 소유자로 포용할 뿐만 아니라 기업이 관계를 맺고 있는 여타 이해당사자들(거래처 종업원, 지역주민, 고객 등)까지도 주주로서 참여토록 하자는 것이다. 저자는 자신의 명제를 전개함에 있어서 방대한 양의 각종 통계자료와 실제 사례들을 적재적소에 활용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경제 사회 철학 과학 등 여러 분야를 무시로 넘나드는 놀라울 정도의 폭넓은 사고력을 과시하고 있다.
저자는 특별히 한국어판 출간을 위한 별도의 서문에서, 체제 변신의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는 북한이 ‘주식소유 대중화’와 같은 순화된 형태의 자본주의 방식을 시험 삼아서라도 채택해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 또 하나 특기할만한 사실은 재경부의 한 엘리트 관료가 주축이 되어 번역 출판되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금융시장 정책수립 과정에서 미국식 제도가 거의 여과 없이 직수입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의 정책입안 당국자도 본 저서에 대해 각별한 관심을 가질 정도로 냉철하고 객관적인 시각을 지닐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 같아, 반가운 마음으로 서평에 임할 수 있었다. 김용범 외 옮김. 553쪽, 1만6000원.
임웅기 (연세대교수·경영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