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세계적으로 뉴스의 초점이 된 인물이 바로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다. 남북정상회담 생중계를 통해 오랜 베일을 벗고 생생한 모습을 그대로 드러냈다.
당초 생각했던 이미지와는 상당히 달랐다. 거침없고 활달하고 또 논리적이었다. 그러나 며칠간 보여준 모습만으로는 김정일의 실상을 알기 어렵다. 다분히 의도되고 연출된 부분도 많을 것이다. 김정일 자신이 선동 선전의 전문가다.
북한의 최고통치자 김정일은 과연 어떤 사람일까. 그가 어떤 과정을 거쳐 그 자리에 올랐으며 능력과 성격은 어떤가. 어떤 방식으로 특이한 나라 북한을 통치하고 있는가. 이에 대한 상세한 해답이 ‘곁에서 본 김정일’ 속에 들어있다.
‘조선 노동당 선전선동부 부부장 신경완과의 대담’ 이란 부제가 붙어 있는데 북한에서 엘리트 당간부로 있다가 제3국으로 망명한 사람의 증언을 토대로 한 것이다.
신경완씨는 북한 노동당에서 30여년 동안 핵심부서에서 근무했고 한때는 김정일과 같이 일한 경험도 있다 한다. 80년대 초 망명하여 98년 사망했다 하는데 비상한 기억력이 놀랍다.
이 책은 신경완씨의 증언을 바탕으로 중앙일보 통일문화연구소 정창현 기자가 여러 기록을 참고하여 재구성한 것이다. 때문에 내용이 치밀, 충실하고 기록성에서도 뛰어나다.
김정일의 사생활을 비롯하여 출생과 성장, 후계자가 되는 과정, 권력장악과 통치방법 등이 자세히 나오는데 비화나 흥미위주가 아니라 기록을 중심으로 사실 추구에 애쓴 흔적이 돋보인다. 김정일 체제의 강점과 약점, 개혁 개방과 변화의 향방까지 잘 분석하고 있다.
편견없이 김정일을 있는 그대로 그리고 있으며 김정일을 이해할 수 있는 여러 키워드를 제공하고 있다. 김정일이 왜 선물 공세를 하고 연회를 자주 여는지, 도덕과 예의를 왜 강조하는지, 활달한 제스처는 어디서 나오는지 짐작케 해 준다. 또 북한의 실태와 정책결정과정 뿐 아니라 북한 주요 인물들을 이해하는 데도 도움을 준다.
김정일의 경제관과 경제구상, 개혁 개방에 대한 생각들도 나온다. 북쪽에서도 월권이나 관료주의, 부패, 기득권 고수세력 때문에 경제운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김정일 위원장은 경제 건설을 위해 사람 등용과 시스템 운용 면에서 여러 파격을 시도하지만 1인 통치와 시스템의 한계 때문에 고전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신경완에 의하면 김정일은 머리가 비상하고 치밀한 성격이며 일에 대한 열정이나 집중력이 뛰어난 다재다능한 인물로 증언된다.
이번에 왜 남북정상회담에 나오게 되고 무엇을 바라며 어디까지 문을 열 수 있을지도 짐작케 한다. 아주 냉철하게 논리적으로 북한과 김정일을 기술했기 때문에 앞으로의 남북관계 일을 하는데 좋은 참고서가 될 것이다.
최우석(삼성경제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