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 종주국 대한민국의 위상을 사이버세계에서도 이어가겠습니다.’
우리나라 컴퓨터 역사의 반석을 다져놓아 컴퓨터계의 태두(泰斗)로 평가받는 성기수(成琦秀·66)박사가 이번에는 사이버 바둑 전도사로 발벗고 나섰다.
그는 미국 도착 2년1개월만에 세계적 명문 하버드대학에서 석사와 박사과정을 모두 끝마친 일화로 잘 알려진 인물. 하버드대 300년 역사상 최단 기록이다.
요즘 성박사는 벤처기업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서울 강남구 도곡동으로 출근한다. 전세계 사이버 바둑세계를 제패하겠다는 원대한 계획 하에 설립된 바둑 벤처 ‘세계사이버기원’의 사장으로 영입돼 백발을 휘날리며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다.
“어렸을 적 조부로부터 한자와 바둑을 배웠습니다. 한자공부보다는 바둑이 훨씬 재미있어 그때부터 바둑과 인연을 맺었습니다.”
지난달초 회사가 설립돼 아직 부족한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공사가 덜 끝난 듯한 어수선한 사무실 분위기에 직원수 10명 남짓한 조그만 벤처지만 성공에 대한 믿음은 자신감으로 넘쳐난다.
문화관광부 산하 재단법인인 한국기원(지분 66%)과 프로기사 60여명이 공동 설립한 세계사이버기원의 최대 재산은 온라인 바둑 소프트웨어와 100만건 이상의 기보(棋譜). 한국기원이 소장한 45년 이후의 각종 바둑대회 기록을 남김없이 전산처리해 탄탄한 데이터베이스망을 구축했다. 또 정보통신부 지원금을 포함한 6억9000만원을 들여 1년만에 개발한 10여종의 온라인 바둑 소프트웨어는 다양한 수익사업을 펼칠 수 있는 근간이다.
현재 한국기원 홈페이지(www.baduk.or.kr)를 통해 시범서비스 중인 사이버바둑은 자신의 모든 기록이 데이터베이스로 남고 이에 따라 급수가 자동 결정되는 최첨단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회원수는 6만명. 바둑의 기초를 알려주는 코너도 있어 달마다 1만명씩 회원수가 불어나는 추세다.
성사장은 “이달 26일부터 정식서비스(www.cyberkiwon.com)를 시작할 계획”이라며 “현실공간의 기원 방문자와 비 바둑인구를 끌어들여 국내최대의 사이버바둑 사이트로 발돋움하겠다”고 계획을 밝혔다.
세계사이버기원은 바둑 강국으로 통하는 일본과 중국 시장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일본과 중국은 일찍이 사이버바둑에 눈을 뜬 한국과 달리 이제서야 사이버바둑에 대비하는 실정. 세계사이버기원은 현지 기원과 합작회사를 설립하는 등의 방안을 검토중이다.
하루평균 한 두 판의 사이버대국을 펼친다는 성사장의 바둑실력은 4, 5급 가량. 바둑은 세계인이 다함께 즐길 수 있는 정신 스포츠라는 게 그의 바둑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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