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인간 유전자 지도’ 가 완성돼 암과 에이즈 정복의 꿈에 부풀어 있다. 이같은 분위기 속에 최근 국내에 번역 출간된 미국 작가 로빈 쿡의 소설 ‘6번 염색체’(전 2권, 열림원)는 ‘인간 유전자 복제’의 부작용을 경고하고 있다.
몇 년 전 그가 쓴 소설 ‘바이러스’는 아프리카를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던 에볼라 바이러스의 창궐을 예견해 화제가 됐었다.
콜럼비아대 의대와 하버드대 의대를 거쳐 안과의사로 활동 중인 그는 그동안 장기이식과 뇌사문제를 다룬 ‘코마’를 비롯해 ‘브레인’ ‘열’ ‘암센터’ 등 다양한 소재와 최신의학 정보를 뛰어난 상상력과 함께 작품으로 풀어냈다.
이번에 출간된 ‘6번 염색체’는 그의 의학 소설 시리즈 18번째 작품. 소설의 배경은 프렌체스카 섬이라는 적도 근처 아프리카의 무인도다. 미국의 거대 생물공학 회사인 젠시스는 장기 의식과 관련된 프로젝트를 이 곳에서 비밀리에 추진한다.
인간 유전자의 6번 염색체 단지(short arm)를 영장류의 보노보의 수정란에 옮겨심어 인간과 가장 흡사한 유전자 체계를 가진 생명체를 만들어 낸 것이다.
이 돌연변이 생물들은 장차 염색체를 복제한 부유층 인사들에게 장기를 제공하고 죽을 운명이었다. 그러나 인류와 흡사해진 영장류들은 불을 사용하고 원시적 언어를 주고받으며 그 섬을 하나의 원시 인류의 세계로 만든다.
로빈 쿡은 이 작품에서 이종 장기이식을 위한 유전자 조작의 문제성을 의학적 상상력으로 날카롭게 짚어내는 한편, 인간의 욕망과 호기심이 어떤 재앙을 초래하는지를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