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 이후 각국에서 여러 움직임이 일고 있다. 일본의 움직임은 미국이나 남북한에 비해 느리다. 북한과의 국교정상화 교섭 전망이 보일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생각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국교정상화 교섭을 타개하기 위해서라도 일본에는 새로운 발상이 필요하지 않을까. 남북공동선언의 의의는 무엇보다 남북 양쪽이 서로의 ‘국가’가 존속되는 것을 인정하고 ‘경제협력을 통해 민족경제를 균형적으로 발전시킨다’는 목표를 내건 것이다.
한국정부는 10대 1 이상으로 벌어진 남북한 경제격차를 직시하고 통일에 대비해 북한의 경제수준을 수십년에 걸쳐 천천히 끌어올릴 생각이다. 이를 위해 1조원 가량의 자금도 준비하고 있다. 그 정도 금액은 북한의 인프라를 정비하기에는 충분하지 않다. 한국으로서는 미국과 일본의 지원을 기대하고 있는 모양이다.
지금까지 한미일 3국의 경제협력 행보는 대립과 마찰의 연속이었다. 한국전쟁 직후인 1953년 미국은 일본 경제를 돕기 위해 일본이 대한(對韓) 원조물자를 조달하도록 했다. 당시 이승만대통령은 ‘또 한국을 일본에 종속시킨다’며 크게 노했다.
미국의 후원으로 1965년 한일국교정상화가 이뤄지고 일본이 박정희정권에 경제원조를 실시하자 한국과 일본의 야당과 학생들은 정재계의 유착이라고 규탄했다. 1980년대에는 식민지 지배 인식을 둘러싼 교과서 문제로 한일 경제협력교섭이 중단된 적도 있다.
그 후 한일양국 정상의 상호방문으로 관계가 대폭 개선됐지만 아직 친밀하다고는 할 수 없다. 그런 만큼 한국 내에 일본과 미국에 남북교류 지원을 기대하는 분위기가 생겼다는 사실을 중요시하고 싶다.
일본정부는 지금으로서는 남북교류에 자금이나 인재면에서 협력하는 것은 생각도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북-일 국교정상화가 이뤄지면 일본은 식민지 지배에 대한 배상을 요구하는 북한에 사죄와 함께 상당한 경제협력을 각오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렇다면 남북교류를 그저 방관하기보다 한일제휴를 강화해 북한경제를 재건하는 방책을 지금부터 모색해야 하지 않을까. 예를 들면 3단계 남북교류 지원책이 있을 수 있다.
1단계는 한일 비정부기구(NGO)들의 인도적 지원이나 한국과 인접한 지방자치단체의 인재교류를 촉진한다.
2단계는 북한의 용인을 전제로 국제협력사업단(JICA)의 전문가를 파견해 경제분석을 한다. 중단된 대북 수출보험을 재개하기 위해 협의를 서두르고 한일합작기업의 대북 투자에 대한 국제협력은행(JBIC)의 융자를 촉진한다.
3단계는 북-일 국교정상화가 실현된 시점이다. 일본의 자금지원으로 북한에서 항만이나 도로 발전소 등의 인프라 정비를 추진한다. 물론 핵 미사일 개발이나 일본인 납치문제 등은 먼저 해결해야 한다.
북한의 동향을 완벽하게 알 수는 없다. 남북화해의 실천에는 많은 곡절이 예상된다. 그러나 남북교류에 대한 지원은 북-일 국교정상화를 성공으로 이끄는 ‘기폭제’가 되지 않을까.
남북 경제협력을 문제해결의 실마리로 이용하면 동북아시아 평화와 안정의 토대를 쌓을 수 있다. 주변 각국들은 이 역사적 기회를 놓쳐서는 안된다.
와키사카 노리유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