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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호의 메디칼&로]치료법 부작용 묻는건 환자권리

입력 | 2000-07-04 19:14:00


“한마디 설명만 들었더라면….”

지난해 8월 중순 여고 3년생 시내는 아버지의 후회속에서 짧은 인생을 마감했다. 평소 감기 한번 안걸릴 정도로 건강했던 시내에게 허리 통증이 찾아온 것은 신학기 초. 책상에 앉아 대학 입시를 준비하면서부터 어느 날부터인지 오래 앉을 수 없을 만큼 허리가 아팠다.

집 부근 대학병원 정형외과에서 진찰받은 결과는 꼬리뼈인 미추가 튀어나오는 선천성 기형.

“완치를 하려면 수술로 잘라내야 합니다.”(의사)

“대입이나 치른 후에 하죠.”(시내 아버지)

“수술도 쉽고 바로 퇴원할 수 있는데 뭘 두려워하십니까?”(의사)

시내 아버지는 의사의 적극적인 권유에 미성년자인 시내를 대리해 수술승낙서에 도장을 찍었다. 7월말 이뤄진 수술은 처음 성공적으로 보였다. 그러나 보름이 지나 실밥을 풀면서부터 고열과 구토증세가 나타났다. 검사결과 간기능수치(SGPT)가 200 이상(정상은 40)으로 나타나 내과에서 치료를 받았으나 결국 사망하고 말았다. 수술시 사용한 흡인마취제 ‘할로테인’에 의한 급성 간염이 원인이었다.

시내 아버지는 ‘할로테인 마취시 1만명당 1명 정도 급성 간염이 발생하고 사망률이 50∼100%에 이르는 치명적이 부작용이 있다. 특히 여자가 더 걸리기 쉽다’는 사실을 딸이 사망한 뒤 알아냈다. 다른 병원에서는 할로테인보다 좀더 안전한 에스란으로 마취를 한다는 얘기도 들었다. 시내 아버지는 할로테인 부작용에 대한 설명만 들었어도 꼬리뼈 절제술에 선뜻 동의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는 나중에 설명의무를 다하지 않은 의사에게 6000만원의 손해배상 판결을 받았다. 그러나 자신이 수술을 허락해 딸이 죽었다는 죄책감으로 괴로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환자가 의사에게 자신의 병이 무엇인지, 어떤 치료법이 있는지, 치료법에는 어떤 부작용이 있는지 등을 시시콜콜 묻기가 쉽지 않다. 특히 ‘3분 진료’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현실에서 자세한 설명을 요구한다면 의사로부터 눈총을 받을 수 있다. 그렇다고 환자의 권리를 스스로 포기한다면 제2, 제3의 시내 아빠가 계속 나올 것이다. 02-592-9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