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고가 개교 100주년을 자축한 제54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 우승을 차지한 날 지구 반대편 멕시코에선 71년만에 야당인 국민행동당의 폭스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는 대사건이 일어났다. 멕시코가 70년간이나 한 정당에 의해 집권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던 사람이 얼마나 될지 모르겠지만 필자에겐 놀라운 뉴스였다.
그러나 아무래도 정치보다는 야구에 관심이 더 많은 필자로선 10-7로 쫓기며 9회말 1사만루의 위기를 맞은 경기고와 끈질기게 쫓아가 역전을 노린 신일고의 마지막 승부는 고교야구만이 보여준 독특한 향기란 점에서 손에 땀을 쥐게 했다. 프로처럼 분업화된 마무리 투수가 없는 상황에서 3점 정도는 순식간에 뒤바뀔 수도 있기에….
팀 창단후 무려 54년만에 서울서 개최된 전국대회에서 첫 우승의 감격을 누린 경기고 야구팀은 거슬러 올라가 보면 우리나라 야구와는 떼어놓을 수 없는 인연을 가진 팀이다. 1905년 국내 첫 야구경기가 경기고와 황성기독청년회 팀간에 벌어졌으니 우리나라 야구의 원조격인 셈이다.
공부 잘하는 수재들의 대명사였던 경기고는 특기생들이 없어 성적이 부진했으나 60년대 후반 언더핸드스로 변재혁을 앞세워 다른 팀의 간담을 서늘케 할 정도로 실력을 갖춰 주목을 받기도 했었다.
그러고 보면 최근 전국대회에서 춘천고, 속초상고 등 강원도 팀들까지 가세한 고교야구의 흐름은 고무적이다. 스탠드에서 목이 터져라 응원하는 재학생들이 얻는 애교심과 협동심 외에 졸업후 그들이 야구팬이 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고교야구에 대한 관심과 지원을 교육관계자들과 프로구단들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허구연(야구해설가)kseven@nuri.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