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관인 아버지를 따라 독일 일본 미국에서 8년 동안 살다 들어왔다. 여러 나라를 돌아 다녔어도 전혀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적응하기 어렵다. 친구들은 우스갯소리를 해도 잘 알아듣지 못하는 내가 답답하다고 한다. 선생님들도 무섭고 한국엔 왜 이리 외우는 게 많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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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A고교 2학년생 김모군(17)의 ‘국내 학교 적응기’는 외국에 나가 적응하는 과정과 마찬가지로 귀국 후 적응하는 일도 만만찮다는 것을 보여준다.
귀국 학생들이 국내 생활에 적응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은 문화적 차이. 외국에서는 어차피 이방인이니까 “그러려니…” 했지만 모국에서 이방인이 된 듯한 소외감은 참기 힘들다는 것.
전문가들은 귀국 후 몇 달간은 학부모들이 집중적으로 자녀의 적응 상태를 돌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사생활을 중시하는 문화에 익숙한 귀국 학생들은 우리의 ‘집단 문화’에 당혹감을 느끼기도 한다. 이럴 때는 문화적 차이점을 잘 설명해줘야 한다. 자칫 “한국인들은 별 수 없어…”라는 식으로 우리 문화를 깔보는 발언은 어색한 환경에 적응하려고 노력하는 자녀들을 더 힘들게 할 뿐이다.
서울 언북중학교 귀국자녀 담당 김창학(金昌鶴)교사는 “자녀들에게 국내 교육과 교사를비판하는 학부모들이 의외로 많다”면서 “학부모들이 교사와 잘 상의해 학생들이 교사를 믿고 따를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부모-교사 협조 필요▼
자녀가 학교 생활에 힘들어 하면 담임 교사에게 모범 학생을 자녀의 짝꿍으로 앉혀 ‘또래 상담자’로 삼는 것도 좋은 방법. 또 자녀들이 편견 없는 친구들을 사귈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이 좋다.
해외 체류기간이 긴 학생은 모국어가 서툴거나 학교에서 배우는 수학 과학 등이 어려워 고생하기도 한다.
영국 컬체스터에서 7년간 생활하다 98년 귀국한 이지하양(17·경기 성남시 분당구 중앙고 3년)은 “우리말을 잘 못해 처음 1년 동안 수업 시간에 멍청히 앉아 있었다”고 말했다.
이집트 카이로시에서 3년반 동안 미국계 학교를 다니다 지난해 귀국한 최정우군(18·서울 휘문고 3년)도 “수학을 따라가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양이나 최군과 같은 학생을 위해 별도의 프로그램이나 ‘귀국 학생반’을 운영하는 학교는 전국적으로 초등학교 14곳, 중학교 5곳. 고교는 한 곳도 없다. 수요에 비해 턱없이 모자라 귀국 학생들은 공교육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셈.
이 때문에 대학에 진학할 귀국 학생들은 스스로 입시 계획을 세워야 한다.
대학입시 준비는 귀국 전부터 하는 것이 좋다. 한국인이 많이 사는 곳에는 어김없이 대학 특별전형을 위한 학원이나 과외시장이 형성돼 있다.
특히 대학 입시를 눈앞에 둔 고교생들은 현지에서 준비를 해 귀국하면 그만큼 여유를 갖게 된다.
▼'적응훈련' 프로그램 다양▼
요즘은 출국하기 전부터 국내 적응을 대비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사설 학원도 있다. 또 귀국한 학생들만 모아 국내 적응훈련을 하거나 대학 입시를 준비하는 프로그램도 다양하다. 방학 동안에 귀국해 과외를 받는 학생도 있다.
고교 1년을 마치고 베트남 호치민시로 건너간 강모군(18)은 여름방학을 이용해 국내에 들어와 특례입학 전문학원에서 국어 영어 수학 과외를 받고 있다.
학교에 적응하는 것 못지않게 외국에서의 경험과 학습을 발전시키는 것도 중요한 일.
미국에서 오래 생활한 언북중학교 2학년 오빛나군(14)은 얼마 전 미국에서 다니던 공립학교로 한달 일정의 체험학습을 떠났다. 오군은 국내에서도 미국 친구들과 다이얼패드를 이용해 채팅을 하거나 E메일을 주고받으며 영어를 잊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
ecolee@donga.com
▼귀국 학생들을 위한 전문학원▼
세한 아카데미(www.sehann.com) 3453-3422
신대일(www.kosei.co.kr) 516-4254
스카이(www.skyacademy.co.kr) 563-2518
한강 421-8030
인성 511-16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