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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월드]'악마성 드라큘라 X-월하의 야상곡'

입력 | 2000-07-06 19:56:00


세상은 이렇게 말한다. 노력하는 자가 성공한다. 실패하는 건 노력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면 된다’는 말은 언제나 유효하다. 비겁하고 게으른 사람으로 낙인찍히고 싶지 않다면 ‘해도 안 된다’는 말은 하면 안된다.

그래도 힘들다. 아무리 해도 안 될 것 같은 일을 계속하기는 너무 힘들다. 나중에 후회한다. 그만둘 수 있었을 때 그러지 못했던 걸 후회한다. 세상은 불공평하다는 걸 너무 늦게 깨달으면 곤란하다. 내 능력으로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한다.

‘악마성 드라큘라 X - 월하의 야상곡’은 ‘DDR’로 유명한 코나미의 액션 게임 ‘악마성 시리즈’ 중 하나로 새턴과 플레이 스테이션으로 출시되었다.

많이 팔렸지만 쉽다는 의미에서 대중적인 게임은 아니다. 이 게임은 어렵다. 액션 게임을 잘 하려면 뛰어난 순발력과 냉철한 판단력, 과감한 행동력 등 필요한 자질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그런데도 대중적인 인기를 끌었다. 수려한 주인공들이 나오는 걸로 유명하지만 그것만 가지고는 몇십만 장을 팔 수 없다.

잘 하는 사람은 몇 시간만에 끝낼 수도 있는 게임을 손이 느린 사람은 몇 주일씩 끈다. 힘에 부치면 잠시 물러나서 경험치를 얻어 레벨을 높인 후 다시 도전한다. 그런데 그 과정이 지루하지 않다.

이름 있는 액션 게임은 대개 어렵다. 너무 쉬우면 게임이 시시해지기 때문이다. 나는 혼자인데 한꺼번에 수십 명, 수백 명이 쏟아져 나오니 소수의 선택받은 사람들이 아니고는 당해낼 재주가 없다. 하지만 ‘월하의 야상곡’은 머리수로 난이도를 높이는 게임이 아니다. 적은 굉장히 머리가 좋고, 공격 패턴도 종류에 따라 모두 다르다. 매순간 긴장하며 적에 따라 다른 작전을 펼쳐야 한다.

게다가 ‘어려움-노력-극복’의 과정이 절묘하게 균형잡혀 있다. 어려움이 너무 크면 도전하는 대신 포기한다. 반대로 너무 쉬우면 성취감이 없다. 수십 시간 공을 들여야 한다면 시작도 하기 전에 질려버리겠지만 그렇다고 지나치게 간단하면 의욕이 나지 않는다는 얘기다.

‘월하의 야상곡’은 말로는 쉽지만 찾기는 어려운 그 균형점에 한치의 오차도 없이 도달했다. 조금만 더, 아주 조금만 더. 할수록 의욕이 솟고, 몸은 피곤해도 정신은 말똥말똥해진다.

불행히도 이런 게임은 많지 않다. 붙잡고 달려들만한 게임보다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다. 그 유명한 ‘스타크’나 ‘DDR’ 한 판 하고 싶어도 태생적 한계를 극복할 수 없다.

그래도 게임은 세상보다 낫다. 쉽게 포기할 수 있다. 중간에 그만뒀다고 인생의 낙오자 취급하는 사람은 없고, 잘하든 못하든 끝까지 해야 한다고 우격다짐으로 밀어붙이는 사람도 없다. 하나를 포기해도 다른 것들이 얼마든지 있다. 그래서 나는 매일 게임을 한다. ‘월하의 야상곡’ 같은 게임을 발견할 때까지.

박상우(게임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