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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읽기]'납량특집극 올 여름엔 보기 힘들다'

입력 | 2000-07-06 20:07:00


세기말이 지나갔기 때문일까. 매년 여름이면 납량특집극이라는 이름으로 안방극장 문을 두드리던 공포 드라마들이 올 여름에는 시들하다.

우선 KBS 납량특집의 대표주자였던 ‘전설의 고향’이 사라졌다.

77년부터 89년까지 12년간 578회나 방영됐던 이 프로그램은 공포물이 인기와 컴퓨터그래픽의 발달에 힘입어 96년 ‘호녀’로 화려하게 부활한 뒤 공포물의 인기가 정점에 이른 98년에는 25%가 넘는 시청율을 기록하며 한국형 공포물의 대명사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지난해 최장기 시리즈로 12회분이나 방영된 99년판이 시청률 한자리수의 참패를 면치 못하자 올해는 아예 자취를 감췄다.

KBS는 대신 뇌세포에 다중인격체가 주입된 초능력소녀의 연쇄살인이라는 현대적 공포물 ‘RNA’를 다음주부터 내보낸다.

하지만 ‘전설의 고향’이 지향했던 한국형 공포물은 간데없어지고 게놈프로젝트의 성공 등에 담긴 생명공학 발전의 그늘에 대한 우려가 담겼다는 점에서 과거의 공포감이 많이 탈색된 것은 사실.

지난해 현대판 귀신드라마라 할만한 ‘고스트’를 선보였던 SBS는 아예 공포물은 포기하고 ‘경찰특공대’ 같은 액션물로 선회했다. MBC 역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납량특집 공포드라마는 편성표에 쏙 빠져있다.

다만 ‘주말의 명화 납량특선’으로 지난주부터 5주간 5편의 공포영화를 방영한다. 하지만 29일 방영하는 ‘스크림’을 제외하고 공포물이라기 보다는 스릴러에 가까운 영화들이다.

이는 TV 3사의 공포 미스터리가 전체 방송시간의 5.4%까지 차지할 정도로 맹위를 떨쳤던 98년은 물론 ‘전설의 고향’과 ‘고스트’로 주중 프라임시간대에 공포물이 정면대결을 벌였던 지난해와도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는 공포물 장르에 대한 인기가 떨어졌기 때문이라기 보다는 어설픈 특수효과로는 할리우드 공포물에 익숙한 시청자들의 구미를 맞출 수 없다는 방송계의 자기진단의 결과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김지일 MBC드라마국장은 “올해는 주춤했지만 내년쯤이면 보다 정교한 기술로 무장한 공포물들이 다시 등장할 것”이라는 말로 이런 분석을 뒷받침했다.

confett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