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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兆자금 대이동 예상…금융파업 대비 증권-보험사-기업 비상

입력 | 2000-07-07 18:22:00


사상 초유의 은행 파업을 앞두고 기업 지방자치단체와 금융기관들에 비상이 걸렸다. 7일 노정(勞政)간 협상이 결렬되자 파업이 현실화될 경우에 대비해 파업하지 않는 은행으로 자금을 옮기거나 계좌를 마련하느라 부산했다.

금융계는 증권 보험 등 금융기관과 기업 자금을 비롯해 줄잡아 10조원이 이동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어 금융시장의 혼란이 우려되고 있다. 이미 신한 하나 한미 등 비파업은행에 이달 들어 하루 평균 1500억∼2000억원의 예금이 몰리고 있다.

이처럼 파업은행에서 비파업은행으로 돈이 몰리게 되면 은행 구조조정이 자동적으로 촉진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파업하지 않는 은행으로〓파업 개시일을 4일 앞둔 7일 각 기업과 금융기관 자금담당자들은 노정간 협상추이에 비상한 관심을 나타내면서 파업에 동참하지 않는 은행 앞으로 신규계좌를 개설하는 등 비상 자금운용 계획을 행동으로 옮기고 있다.

주식투자자들이 증권사에 맡긴 예탁금을 통합 관리하고 있는 증권금융은 은행 파업사태에 대비해 4조원 규모의 고객예탁금을 비파업은행으로 옮기기로 결정했다. 김성모 증권금융 자금부장은 “주식거래가 중단되는 것을 막기 위해 주거래은행 3곳 중 파업은행에 맡겨놓은 자금을 10일까지 모두 빼내기로 결정, 이미 해당은행에 통보했다”고 밝혔다.

삼성생명은 이날 지역본부 경리담당자들이 참석하는 비상회의를 소집해 “전국 110개 지점 중 파업은행과 거래하는 곳은 10일까지 가까운 비파업은행에 신규 계좌를 개설하라”고 지시했다.

이 회사는 보험금과 보험료가 오가는 지점이 은행 파업으로 돈이 모자랄 것에 대비해 본사가 직접 비파업은행의 계좌로 긴급자금을 지원하는 비상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재벌계열인 A카드사도 주거래은행인 파업은행을 제쳐두고 6일 한미은행에 350억원을 입금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한국통신도 현재 거래 중인 국민 조흥은행이 파업에 돌입할 가능성이 커지자 농협으로 예금을 옮길 계획을 세웠다.

▽기업들 자금확보 나서〓기업들은 은행 파업이 강행될 조짐을 보임에 따라 자금팀을 중심으로 본격적으로 대책 마련에 나섰다. 기업들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유동성 마비 가능성이다. 은행파업으로 수표와 어음을 제 날짜에 받지 못하게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연쇄부도로 연결된다

삼성은 계열사별로 자금팀 내에 특별대책반을 편성해 현금을 확보하는데 상당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현대는 주거래은행인 외환은행이 파업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회사채 지급용 등으로 1000억원 이상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LG의 일부 계열사는 외국은행 등에서 현금을 조달, 파업 가능성이 없는 은행에 입금시켜 놓고 있다.

그러나 기업들은 수출입과 관련된 신용장발급과 외환지급에 대해서는 은행측이 협조하지 않으면 대책이 없다며 파업을 하더라도 수출입 부문만은 예외로 해줄 것을 호소하고 있다.

▽정부 기관과 공공 단체도 비상〓서울시청은 지정은행인 한빛은행의 업무가 마비되면 당장 돈을 사용할 수 없는 입장이다. 이 경우 파업을 하지 않는 은행으로부터 빌려 나중에 정산한다는 구상이다.

국세청은 파업으로 납세에 지장이 있을 것으로 보고 인터넷 용량을 대폭 늘려 사이버 공간으로 세금을 받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또 거래은행의 파업으로 돈을 인출하지 못해 세금을 내지 못한 경우에는 체납수수료를 면제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