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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책]'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 한옥'

입력 | 2000-07-07 18:51:00


□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 한옥

신영훈 지음, 김대벽 사진 / 현암사

옛날엔 대들보 하나 만으로도 좋은 집인지 아닌지 알아보았다. 가늘고 날렵하며 그리고 못 하나 쓰지 않고도 튼튼하기만한 대들보. 그 길죽한 나무들이 연출하는 기하학적 아름다움까지.

한옥은 그렇게 지어졌다.

하지만 하나둘씩 사라져가고 있는 우리네 한옥. 이 책엔 우선 한옥의 사라짐에 대한 안타까움이 짙게 배어있다. 안타까움은 곧 애정의 다른 표현이다. 게다가 책의 저자가 한옥짓기에 매달려온 한국의 대표적 대목수라는 점에서 그 분위기를 쉽게 알아챌 수 있다.

저자는 소리 높이지 않고 차분하게 한옥의 미학으로 안내한다.

그가 말하는 한옥의 특징.

첫째, 한옥은 기단이 높다. 습기를 줄이기 위함이다.

둘째, 처마가 있다. 그 처마는 깊다. 깊은 처마는 삶을 편안하게 해준다. 요즘처럼 더운 여름날 차양이 되어 그늘을 만들어준다. 겨울철엔 낮게 뜬 태양볕이 방 안 깊숙이 들도록 해 방안에 온기를 불어넣는다.

셋째, 한옥에는 인격이 있다. 한옥의 모든 규칙은 우리 몸과 직결되어 있다. 우리 몸에 조화로운 크기로 되어 있다. 예를 들어 마루로 통하는 문지방의 높이는 어깨 넓이와 같고 동시에 팔을 편안하게 올릴 수 있는 높이가 된다. 사람의 몸을 중시한 구조다.

이 책은 이러한 총론에 그치지 않고 한옥의 각 부분을 세세하게 짚어준다. 기둥 처마 지붕 벽체 마루 난간 문과창 댓돌 대문 마당 등.

그 하나인 샛담의 경우. 샛담은 집 전체를 둘러싼 담이 아니라 집 안의 건물 사이사이에 쌓아 올린 담이다. 대문을 열고 여인네가 들어선다. 그런데 뭇남정네가 앉아 있는 사랑채 앞을 지나간다는 것은 옛날로선 심히 난감한 일이었을 게다. 그래서 사랑채를 살짝 가리기 위해 수줍은 듯 담을 쌓았다. 그게 바로 샛담이다. 한옥의 담장 하나에도 이처럼 은근한 매력이 숨어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저자는 설명 도중, 요즘에 응용할 수 있는 한옥 아이디어를 하나둘 씩 집어 넣어 쏠쏠한 정보를 제공해주고 있다. 전문 사진작가가 촬영한 전국 곳곳의 빼어난 한옥 사진을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한옥 여행이 될 것이다. 472쪽, 2만8000원.

kp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