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MBC의 '전파견문록’(토 밤 9·45)을 보면서 시청자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것이 하나 있다. 어린이들 시각에서 표현한 사물을 퀴즈식으로 역추적하는 ‘순수의 시대’코너에 등장하는 알쏭달쏭한 표현들이 과연 어린이들의 것이냐는 의문이다.
“분홍색도 있고 까만색도 있어요. 코끼리가 제일 많아요.”(때), “안개꽃 속에 개나리가 피었어요.”(달걀), “야구방망이와 야구공이 있어요. 끝에 오지만 가운데도 올 수 있어요.”(느낌표) 등의 표현은 시청자들의 기존관념을 무너뜨려 버린다. 어떤 때는 피카소나 샤갈의 그림을 볼 때처럼 아찔한 느낌까지 안겨준다. 그래서 “혹시 제작진의 아이디어가 개입한 것 아니냐”는 의혹마저 품게된다.
제작진은 이 코너에 등장할 어린이를 찾기 위해 매주 서울시내 초등학교를 돌아다닌다며 펄쩍 뛴다. 1학년 학급을 돌면서 “무지개가 뭐라고 생각해요”라는 식의 질문을 던져 가장 기막힌 표현력을 지닌 한두명의 어린이를 골라낸다고 한다. 이 어린이는 다시 하루 한시간씩 일주일간 200∼300개의 사물에 대한 표현을 쏟아내도록 하고 이중 가장 뛰어난 6개만이 선정돼 방송을 탄다. 이번 주에는 “옛날에 하느님이 사람과 동식물을 다 만들고나서 뭔가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어 만드셨어요”라는 신학적 표현까지 등장했다. 어린이들에게 특별한 상황을 제시하고 어떤 답을 내놓는지 살펴보는 ‘순수나라’라는 코너도 새로 선보인다. 첫번째 순서로 “외계인에게 잡혀간 선생님을 구하려면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것을 가져오라”는 주문에 어린이들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살펴본다.
이쯤 되면 또 하나의 질문이 고개를 쳐든다. 보고 듣는 것은 온통 동심의 세계뿐인데 제목은 왜 계속 ‘전파견문록’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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