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사회학자 피에르 상소는 저서 ‘느리게 산다는 것의 의미’에서 삶의 여유를 즐기고 싶거든 와인을 마시라고 했다.
와인은 원샷할 수 없다. 그 순수한 액체를 한모금 입에 머금고 섬세하게 혀로 굴리면 작은 물방울 같은 삶, 강한 힘이라기보다는 부드러운 빛과 같은 삶의 시정(詩情)이 절로 느껴진다고 상소는 소개했다.
하지만 한식 중식 일식 음식점에서 와인을 고르는 것은 쉽지 않다. 와인은 서양요리에 어울린다는 선입견 때문.
영국 와인전문지 ‘디켄터’ 최근호가 선정한 ‘아시아 톱 10 소믈리에(와인 감별 및 추천인)’ 중 한명인 서한정씨(신라호텔·02-2233-3131)는 “와인은 동양음식과도 썩 잘 어울리는 술”이라고 말한다.
갤러리아 명품관 지하1층 와인숍 에노테카(02-3449-4413) 매니저 김진섭씨는 “레드와인과 화이트와인의 판매비율이 8대 2였으나 여름 들어 7대 3으로 화이트와인의 소비가 약간 늘었다”고 했다.
▼ 와인리스트
프랑스와 이탈리아가 와인의 구대륙이라면 미국 호주 칠레는 신대륙. 프랑스지역의 와인은 여러가지 포도품종으로 블렌딩하고 그 지역을 따서 와인 이름을 붙인다. 생산자 이름을 사용하는 보르도 지역같이 예외도 있으나 원산지를 익혀두면 주문할 때 편리하다. 레드와인의 경우 ‘메독’ ‘생테밀리옹’ ‘포이약’ ‘마고’ ‘포메롤’ ‘샤토’, 화이트와인의 경우 ‘샤블리’ ‘푸이퓌메’가 있다.
미국 호주에서는 한가지 포도품종으로도 훌륭한 맛을 낼 수 있기 때문에 와인을 한가지 포도품종으로 만든다. 와인 이름도 주로 포도품종을 따르는데 레드와인으로 ‘카베르네 소비뇽’‘메를로’, 화이트와인으로 ‘샤르도네’가 대표적.
▼ 여름음식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컨벤션센터 2층 비즈바즈(02-6002-777) 소믈리에 장동은씨는 “음식의 재료와 소스에 따라 어울리는 와인도 다르다”고 말한다. 특히 화이트와인은 살균효과가 있어 여름철 식중독 예방을 위해서나 바캉스 가서 물갈이할 때 마시면 좋다.
전문가들은 여름철 한식 중식 일식에 어울리는 와인으로 떫은맛이 강한 레드와인보다는 아무래도 상큼한 화이트와인을 많이 추천한다.
대체로 붉은색 육류요리엔 레드와인이, 어패류나 닭고기 오리고기 같은 흰색 육류요리엔 무거운 화이트와인이나 가벼운 레드와인이 어울리는 법. 그래서 화이트와인 중에서도 무거우면서 깊은 맛이 느껴지는 프랑스의 ‘샤블리’와 신맛이 느껴지는 ‘게부르츠 트라미너’가 인기다. 레드와인 중에선 떫은맛이 적고 가벼운 ‘상트네’가 좋다.
▼ 즐기기
와인은 색→향→맛으로 즐긴다. 색깔을 살피고 와인잔을 흔들어 향을 맡는다. 한모금 정도 마신 뒤 온 신경을 미각에 집중시켜 맛을 음미하고. 레드와인은 17∼18도, 화이트 와인은 드라이타입은 10도, ‘스위트 타입은 5∼6도에서 가장 맛있다.
알코올 도수 12∼13.5도인 와인 한병(750㎖)을 마시면 23∼25도인 소주 한병(300㎖)보다 알코올을 많이 마시는 셈.
서울 와인스쿨(02-514-3288) 정진환대표(중앙대 국제경영대학원 ‘소믈리에 컨설턴트’강좌 주임교수)는 “와인을 많이 마셔보고 제대로 알아야 즐길 수 있다”며 와인을 알면 삶이 한결 풍요로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kjk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