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태국 등 동남아 국가들이 지난해 지역적 위기를 상당 부분 극복하고 2000년에 확실한 경제성장을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정치 불안정' 등으로 인해 증권시장의 상황은 여전히 유동적이고 불안하다.
당초 동남아 국가들의 올해 국내총생산(GDP) 증가 전망은 장미 빛이었으나 상반기 중 이들 국가의 증시는 폭락했고 하반기 전망도 그리 밝지만은 않다.
상반기 중 태국과 필리핀의 주가는 각각 32%와 28%가 떨어졌으며,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 역시 약 20% 가량 감소했다. 동남아 지역의 경제강국인 싱가포르 역시 18%가 떨어졌다.
적극적인 무역자유화를 추진하고 있는 싱가포르 이외의 다른 동남아 국가들에서는 증시를 부양시킬 수 있는 요인을 찾아보기 힘든 상황이다.
비샤랏 비칫-바다칸 태국 증권거래소 사장은 "신속한 처방이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는 근본적인 문제"라고 말했다.
태국은 수출과 높은 수준의 소비 증대에 힘입어 올해 GDP가 5%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나 이것을 반드시 태국 증권거래소의 전망이 밝다는 것으로만 해석할 수 없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태국 증시는 금융주들이 과다한 상태이며 태국 은행들은 아직도 전체 대출의 36%에 달하는 부실채권을 안고 있으나 이는 많은 시간이 소요될 채무 회사들의 구조조정이나 강제파산 없이는 해결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태국 증시가 근본적인 약점은 첨단산업 관련 주식('신경제' 주식)이 아직 개발되지 않고 있는데다 오는 11월로 예정된 총선 및 새 정부 구성 등 정치 불안정 등을 들 수 있다.
정치 불안정은 역내 다른 국가들도 마찬가지다.
싱가포르 G.H 고 연구소의 숭성운 연구원은 "동남아에서는 문제 국가에서 조차도 대체로 건전한 경제적 펀더멘털을 보여왔으나 필리핀, 인도네시아, 태국 등에서는 정치 불투명성이라는 문제가 존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불행하게도 투자자들은 싱가포르를 동일한 이들 동남아 국가들과 같은 권역으로 취급해 투자면에서 비슷한 대우를 받고 있는 실정"이라면서 "이와 대조적으로 한국, 중국, 일본, 대만 등 북아시아 국가들의 경제는 호황을 맞으면서 급속히 성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동남아 국가들의 정치 불안 요인은 조만간 해소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인도네시아의 향후 정국에 대해 일부 분석가들은 압두라만 와히드 대통령 정부가 그의 개혁작업이 의회의 재평가를 받는 8월 중대한 전환점을 맞을 것이라고 보고있다.
그러나 다른 분석가들은 수하르토 전 대통령과 그의 후계자였던 하비비 전 대통령의 30여년 간에 걸친 독재 잔재 청산에는 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하고있다.
필리핀도 아시아의 경제위기 당시 큰 해를 입지 않았으나 그러한 이점을 제때 활용하는데 실패한 데다 민다나오 상황과 홀로 섬에서의 인질 억류사건과 관련해 드러난 정부의 위기 해소능력 부족 등 정치적 안정감이 깨어졌다.
[방콕 dpa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