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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뚜벅뚜벅' 26호 홈런공동선두 이승엽

입력 | 2000-07-10 18:02:00


"집에 오면 먹고 자고 또 자는 게 일이예요."

김미자씨(50)는 경산에서 숙소생활을 하고 있는 아들 이승엽(24·삼성)이 휴일 집에 와서 하는 유일한 일은 잠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프로야구 경기가 없었던 10일도 그랬다.이승엽은 오전내내 잠을 자다 오후 3시께가 돼서야 겨우 일어나 11일부터 시작되는 원정경기에 대비,짐을 꾸렸다.휴일에는 철저히 휴식을 취해야 한다는 게 이승엽의 철학.젊은 혈기를 참기 힘든 나이지만 프로답게 몸관리엔 그 누구보다 철저하다.

시즌 초반 두드러지지 않다가 어느새 홈런 공동선두(26개)로 뛰어오른 이승엽.전반기 마감을 열흘 앞두고 그의 2000시즌 얘기를 들어봤다.

―지난달부터 홈런페이스가 올라가고 있는데….

"변화구가 제대로 보이기 시작했다.왼쪽투수를 상대할땐 노려치기 를 많이 하는 편이고 오른손투수의 경우 볼카운트에 따라서 배팅을 하는 데 변화구에 대한 타이밍을 제대로 맞추고 있다."

―지난해와 비교해 투수의 견제가 어떤가.

"어떤 투수가 등판하더라도 나와 상대할땐 극단적인 코너워크를 한다.지난해보다 두배는 더 심해진 것 같다.심판들도 '승엽아,나같으면 그런 공 정말 못 치겠더라' 하며 혀를 내두를 정도다."

―가장 상대하기 힘든 투수와 올해 홈런 라이벌을 꼽으라면….

"한화 구대성 선배 공은 정말 치기 힘들다.투구동작 자체에서 위협감을 느낀다.공도 빠르고 제구력도 완벽하다.올해 방망이에 제대로 맞춘 기억이 없다.홈런왕을 다툴 상대로는 두산의 우즈를 첫 손가락으로 꼽고 싶다.하지만 스트레스를 많이 받던 98년처럼 밤에 우즈 꿈을 꿀 정도는 아니다(웃음)."

―올해 홈런은 몇 개로 예상하는가.

"45개 정도.하지만 시드니올림픽때 시즌이 중단된다면 그땐 목표를 상향조정할 수도 있다."

―시드니올림픽에서 세계아마야구 최강인 쿠바를 상대하게 되는데….

"쿠바에 대한 기억은 정말 강하다 라는 것이다.94년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에 출전했을 때 예선에서 상대한 적이 있다.6-5로 이기긴 했지만 당시에 그들은 도저히 청소년이라고 할 수 없는 플레이를 하고 있었다."

―올해 달라진 생활의 변화나 스트레스 해소방법은….

"주위에서 왜 작년보다 못치냐고 할때는 정말 화가 난다.기자분들도 전화하면 백이면 백 왜 작년보다 못 치냐 고 묻는다.말로 설명하기 어려운데….사람들에 대해 화가 난다기 보다 내 자신에 대한 것이다.답답할 때면 저녁에 맥주 한캔 들이키거나 하루종일 잔다."

s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