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는 수능성적을 전혀 반영하지 않고 어학특기자를 선발하는 대학이 늘어난다고 한다. 20여 대학이 1300여명을 뽑아 올해의 3배쯤 된다는 것이다. 국제화시대이니 만큼 어학특기자의 우대는 대체로 '그럴 수 있겠다'고 받아들여진다.
그렇다면 체육특기자에 대한 일반의 시각도 마찬가지일까. 안타깝게도 그렇지 않은 것 같다. 같은 특기자인데 왜 운동선수에 대한 인식은 부정적일까. 스카우트 잡음, 특기자 자격을 이용한 편법 입학, 자격을 얻기 위한 비리 등이 드러난 까닭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것이 수학능력에 대한 불신에서 비롯된다고 믿는다.
사실 학업과 운동을 동시에 잘 해낼 방법을 찾기란 쉽지 않다. 그렇다해도 72년이래 시행되고 있는 체육특기자 대입제도는 몇 가지 점에서 근본적으로 검토돼야 한다.
우선 대학 엘리트스포츠의 역할이 달라졌다. 대학팀이 좋은 성적을 내면 대외적 이미지 제고나 학교구성원 통합에 기여하겠지만 그게 예전과는 판이하다. 최근 열린 대학 야구나 농구를 보라. 관중이나 언론의 보도나 모두 썰렁하지 않은가. 그들만의 대회가 되는 경우가 많다.
둘째 경기력 향상과 국가적 위상을 위해 체육특기자 제도에 연연하는 것도 시대에 걸맞지 않다. 우리가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데는 이 제도가 적절히 활용됐음은 분명하다. 그러나 이제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몇 개 따고 몇 위를 했는가에 애끓는 사람이 얼마나 될 것인가.
셋째 대학선수는 선수 이전에 대학생이라는 사회적 인식에 부응해야 할 때이다. 일정수준이상의 고교성적과 대학생활 중 평균 C+를 요구하는 미국대학의 규정은 자주 인용되지만 이제 우리도 학업성적을 고려해야 한다. 학업이나 수능에 거의 관계없이 대학입학이 되고 대학에서도 쉽게 학점이 해결되는 한 '체육특기자=운동기계'란 인식은 사라지지 않는다.
스포츠에 대한 시각 변화, 대학 대회일정 등 고려될 점은 그밖에도 많다.
문제는 제도를 하루아침에 바꾸기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지난해 한 세미나에서는 현재 중학 1학년생에게 100%적용되는 운동선수 학업수준을 정하고 고교 2년생부터 그 비율을 점진적으로 높이자는 방안 등 여러 의견이 나왔다.
그렇지만 나는 이런 생각을 해본다. 대학스포츠의 기둥인 고려대와 연세대가 당장 특기자 스카우트 포기를 선언하거나 특기자 수능 기준을 한껏 올린다면 어떨까. 다른 학교에 영향을 미치지 않겠는가. 두 학교 정기전의 비중이나 의미를 모르는 바 아니다. 그래서 쉽게 될 일이 아니라는 점도 안다. 학원스포츠 정상화를 바라는 마음에서 제의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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