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에서 '괴짜' 데이비드 웰스(37·토론토 블루제이스)와 '로킷맨' 로저 클레멘스(38·뉴욕 양키스)의 명암이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지난해 초 맞트레이드될 당시만 해도 웰스는 사이영상 5회 수상에 빛나는 최고투수 클레멘스의 적수가 되지 못했다.
당시 클레멘스는 꿈에도 그리던 우승반지를 끼기 위해 명문구단 양키스로 트레이드를 자청했고 웰스는 98년 퍼펙트경기를 포함해 18승4패의 뛰어난 성적을 올렸음에도 1대4의 팩키지 신세로 전락, 본의 아니게 보따리를 싸는 희생양이 됐다. 98년 클레멘스의 성적은 20승6패.
결국 클레멘스는 지난해 월드시리즈 4차전에서 승리투수가 되며 메이저리그 15년의 한을 푸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올해는 어떨까.
결론부터 말하면 올해는 웰스의 완벽한 한판승. 웰스는 결코 클레멘스 같은 최정상의 투수는 아니지만 9일 몬트리올전에서 최근 8연승과 함께 15승째(2패)를 올리며 내셔널리그의 랜디 존슨(14승2패·애리조나)을 제치고 양대리그 다승선두를 질주했다.
68년 데니 맥레인(디트로이트) 이후 30여년만의 30승에 도전할 수 있는 전반기 15승 달성은 88년 그렉 매덕스(애틀랜타) 이후 12년만에 두 번째 기록. 지난해 페드로 마르티네스(보스턴)가 15승(3패)을 올렸었다.
반면 클레멘스는 올시즌 잦은 부상으로 6승6패 평균자책 4.43의 지극히 평범한 성적에 머물고 있다. 그나마 6승째를 올린 9일 뉴욕 메츠와의 지하철 라이벌전 에선 상대 간판타자 마이크 피아자의 머리를 정통으로 맞추는 바람에 자존심으로 똘똘 뭉친 뉴욕팬의 분노만 샀다.
개인적인 성향에서도 웰스와 클레멘스는 정반대다.
클레멘스가 네 자녀에게 삼진을 뜻하는 'K' 로 시작되는 이름을 지어준 모범 가장이라면 웰스는 시한폭탄으로 불리는 괴팍한 성격의 소유자.
웰스는 직선적인 성격 탓에 87년 데뷔후 여섯번이나 팀을 옮겨 다녔지만 흥분한 관중의 야유에 그물을 사이에 두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대는 버릇은 고치지 못했다.
그러나 이 모든 성격적 결함에도 뉴욕팬은 클레멘스보다는 보다 인간적인 웰스를 그리워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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