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적 차량은 교량이나 도로를 파손시켜 막대한 보수 비용을 초래한다. 특히 도로 표면에 생기는 심한 바퀴자국은 교통사고를 부르며 화물을 제대로 싣지 않은 적재불량 차량은 도로주행 중 바로 뒤 따라오는 자동차를 위험에 빠트린다.
선진 각국은 이런 점을 감안해 화물차 적재함은 컨테이너 차량이나 냉동차량처럼 박스 형태로 만들도록 규정했다. 국내 화물트럭 중 적재함이 박스형태로 된 건 20%에 미치지 못하지만 미국 영국 일본 등은 90% 이상이나 된다.
적재함을 박스형태로 바꾸면 차량 가격이 비싸고 화물 적재량이 적어지며 화물을 싣거나 내릴 때 불편하다. 그러나 도로파손과 교통사고를 막고 눈비나 도난으로부터 화물을 보호하는 장점이 있다. 돈이 더 들고 귀찮지만 과적과 적재불량을 줄이는 노력이 선진국에 정착한 건 엄격한 규정을 만든 뒤 단속을 철저히 하고 운전자와 차주도 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과적차량에 대해 소환장을 발부하는 것은 물론 짐을 내리거나 다른 차량에 옮겨 싣기 전에는 운행을 하지 못하도록 한다. 한 해 평균 1억6900만대의 화물차량을 대상으로 과적여부를 측정한 결과 규정 위반으로 소환장을 받거나 짐을 옮겨실은 차량은 전체의 0.6% 정도. 캘리포니아주는 화물의 넓이 길이 무게가 기준을 넘을 경우 사전 운행허가를 받도록 하되 낮에는 통행을 제한하며 점등이나 깃발표시를 하고 경찰 안내를 받도록 한다.
영국 역시 적재불량 차량은 화물을 다시 싣거나 다른 차량으로 옮겨야 출발할 수 있도록 규정해 놓았다. 위반차량은 다른 트럭과 적재장비를 갖고 와 화물을 나눠 실어야 하며 이를 어기면 5000파운드(약 1000만원)의 벌금을 내야 한다. 또 과적이나 적재불량으로 적발되면 화물을 실은 사람이 가장 엄한 처벌을 받지만 운전자와 화주가 책임을 면하는건 아니다. 운전자는 면허정지 처분이 나오면 직업을 잃을 수도 있다. 경찰이 운전자의 이의제기나 소송에 대비해 단속현장을 항상 비디오테이프로 촬영한다는 점도 눈길을 끄는 부분이다.
‘운전자 편람’에서는 3.5t이상인 트럭의 경우 운전자가 반드시 안전벨트를 매고 운전에 방해가 되는 팔찌 귀고리 모자를 착용하지 말며 꽉 끼는 옷은 입지 않는 게 좋다는 등 세부적인 지침까지 알려준다.
네덜란드에서는 화물에 두껑을 씌우지 않은 차량은 고속도로는 물론 일반 도로도 운행하지 못한다.
단국대 김동녕 교수(토목공학)는 “선진국은 세밀한 법규정, 엄격한 집행, 운전자의 높은 안전의식을 통해 과적과 적재불량으로 인한 교통사고를 막고 있다”면서 “과적여부를 자동측정하는 장비(WIM:Weigh In Motion)도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songmoon@donga.com
▼전문가 기고▼
외국에서는 화물차량의 과적과 적재불량을 음주운전 약물복용운전 난폭운전과 마찬가지로 ‘위험한 운전(Dangerous Driving)’으로 간주한다. 운전자와 차주에 대한 소환장 발부와 형사처벌은 물론 적발시 운행을 정지시키며 화물을 다른 차량에 옮겨 싣거나 다시 적재하기 전에는 운행하지 못하도록 하는 이유도 이 때문.
영국의 경우 차량에 실린 화물의 총 중량이 기준에 미치지 않더라도 운행 중 한쪽으로 쏠리면서 바퀴 한쪽의 하중이 기준을 넘으면 예외없이 단속대상이 된다. 이처럼 과적과 적재불량을 막는 기준이 매우 구체적이다.
영국 스웨덴 일본 등 대부분의 선진국은 화물을 묶는 줄과 묶음고리의 종류 및 강도, 버팀목 사용요령, 드럼통과 같은 원통형 화물의 적재요령 등에 대해 세부적인 기준을 정했다. 또 과적과 적재불량은 철저하고 엄하게, 또 예외없이 단속하며 만약 현장에서 적재불량 여부를 판단하기가 어려우면 최종 판단은 경찰관 재량에 맡긴다.
우리 나라는 과적에 대한 단속규정은 명확한 편이지만 적재불량은 세부규정이 없어 사실상 단속의 손을 놓고 있는 실정이므로 하루빨리 관련 규정을 만들어야 한다. 특히 도로관리청은 실질적으로 단속업무를 담당하면서도 범칙금 발부 등 단속권은 없고 고발권만 가진 상태이어서 도로교통 관련 법령을 정비, 경찰을 중심으로 한 합동 단속체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규정 및 단속강화 못지 않게 중요한 건 안전의식이다. 운전자 차주 화주 등 화물차량을 운영하는 당사자 스스로가 과적과 적재불량을 범죄나 위법행위로 생각해야 한다는 뜻이다.
▼자문 위원단 명단▼
▽자문위원단(가나다순)〓내남정(손해보험협회 이사) 설재훈(교통개발연구원 연구위원) 유광희(경찰청 교통심의관) 이순철(충북대 교수) 임평남(도로교통안전관리공단 교통사고종합분석센터 소장) 지광식(건설교통부 수송심의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