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비천무(飛天舞)’의 작품성에 대한 논쟁으로 사이버공간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1일 개봉한 ‘비천무’는 ‘미션 임파서블2’,‘식스티 세컨즈’ 등 할리우드 대작영화들과 맞서 흥행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한국영화. 원나라 말엽 중국대륙을 배경으로 무사들의 비극적 생애와 사랑을 그린 김혜린 원작의 대하서사만화를 한국영화사상 최대인 40억원의 제작비들여 영화화 했다. 이 영화는 개봉 1주일만에 서울에서 30만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했다.
하지만 이런 상업적 성공과는 달리 작품성에 대한 평가는 극단으로 엇갈리고 있다. 이런 양상은 ‘비천무’의 인터넷 홈페이지(b1000.co.kr)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설리’역의 김희선이 영화 마지막 장면에 입었던 흰색 의상이 영화 소품 인터넷 경매에서 76만6000원까지 호가되는가 하면 게시판에 오른 글이 5000여건에 이를 정도로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하지만 글의 내용을 보면 비판론이 3분의 2가량으로 찬사보다 훨씬 많다. 특히 영화가 원작의 완성도를 망쳐놓았다는 원작 만화팬들의 원성은 게시판 곳곳에서 발견된다.
이런 들끓는 공방은 한국영화로서는 드물게 안티사이트가 등장할 정도로 조직적인 양상으로까지 발전하고 있다. 영화속 자객단으로 등장하는 ‘철기십조’의 이름을 딴 8명의 반골들이 만든 이 안티사이트(antib1000.inticity.com)는 정식 홈페이지를 능가할만큼 잘 만들어졌다.
정식 홈페이지의 인트로 동영상을 그대로 딴 뒤 ‘신감각 무협멜로’나 ‘차갑도록 아름다운 무사의 사랑’ 등의 광고문구를 ‘쉰감각 무협멜로’나 ‘우리는 차갑다 못해 얼어죽을 뻔했다’ 등으로 바꾼 패러디가 웃음을 자아낸다.
하지만 실제 내용은 영화에 대한 일방적인 공격이 아니라 영화의 등장인물들을 만화속 주인공으로 전환시켜가며 인물과 줄거리, 장면으로 세분화해 영화가 놓친 만화의 완성도를 집요하게 추적한다.
영화 ‘비천무’는 작품의 완성도는 논외로 하더라도 가장 대중적 장르라 할 만화와 영화간의 본격적 담론이라는 문화현상까지 끌어냈다는 점에서 올여름 최대 화제작인 것만은 분명한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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