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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문승의/'백령도 기상정보' 南北 공유를

입력 | 2000-07-11 18:49:00


올해도 장마에 이어 제4호 태풍 ‘카이탁’이 많은 비를 내리고 지나갔다. 해마다 겪는 여름철 호우와 태풍으로 남한에서만 최근 10년간 연평균 160여명의 인명과 6000여억원의 재산피해를 보고 있다. 북한도 적지 않은 피해를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남북한 사이에는 최근까지 기상자료의 직접적인 교환이 이뤄지지 않다가 남북정상회담 직전에 항공기상자료 교환이 성사됐다. 이제 남북공동협력방안이 본격 논의되게 됨에 따라 남북이 평화와 공동번영의 길로 나갈 수 있는 물꼬가 트임으로써 기상협력에 대한 기대가 자못 크다.

우리나라는 여름철에 연 강수량의 3분의 2가 내리며 기상재해의 대부분이 이때 나타난다. 그 중에서 집중호우의 피해가 가장 크다. 상습적인 호우에 의한 수해를 예방하기 위해 범정부적으로 남북 접경지역의 관측망 확충 등 수해방지종합대책이 추진되고 있다. 이 종합대책의 일환으로 백령도에 집중호우를 추적하는 가장 유용한 수단인 최신 기상레이더를 설치해 7월 말 가동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 경기도 황해도 평안남도 및 강원도 지방의 집중호우에 대한 단시간 예측기능이 크게 향상될 수 있게 됐다.

따라서 남북 기상협력사업 중 속히 이뤄져야 할 것이 백령도 기상레이더 자료의 공동활용이다. 이 레이더는 유효 관측 반경인 약 240km 이내의 집중호우뿐만 아니라 해당 지역을 통과하는 태풍의 정확한 위치를 파악할 수 있어 백령도 기상레이더 자료의 공유 및 활용은 신속한 기상 예측을 통한 기상재해 대책 수립 등 남북한 모두에 큰 혜택을 줄 것이 틀림없다.

남북 기상전문가들이 함께 기상청이 보유하고 있는 슈퍼컴퓨터를 활용한 공동연구로 기상 및 전지구적 수치예보 모델을 개발하고 엘니뇨 라니냐현상 예측 및 황사 추적 연구 등을 통해 선진형 예보시스템을 구축한다면 기상기술의 발전은 더욱 빨라질 것이다.

남북기상협력이야말로 어느 분야보다 이해관계가 상충되지 않고 서로 도움을 받는 가장 현실적이고 실현 가능한 협력사업이라고 믿는다.

문승의(기상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