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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영재의 월가리포트]시들줄 모르는 '그린퍼스의 힘'

입력 | 2000-07-12 18:25:00


이제는 한국에서도 미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의 앨런 그린스펀의장이 유명한 인사가 됐지만 미국에서는 거의 절대적인 존재다.

미연방준비위원회 의장 자리는 우리나라의 한국은행장과 비슷한 역할을 하는데 특히 금리를 결정할 수 있는 전권을 가지고 있어서 인플레 조절을 위해 기준금리를 올리거나 내리는 역할을 한다.

금리의 움직임이 중요한 미국 주식시장에서는 그의 일거수 일투족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그 의미를 파악하느라 진땀을 흘린다. 그의 말한마디에 주식시장이 출렁이는 것은 예사로운 일이고 인터넷의 웬만한 주식 정보 사이트나 뉴스 사이트에는 그린스펀 의장의 일정과 발언을 아예 전용 코너를 따로 마련해 제공할 정도다.

그런 그린스펀 의장이 11일 펜실베니아의 한 대학에서 연설을 했다. 당연히 TV에서는 그 내용을 생중계 했고 거의 모든 주식 투자자들이 그의 발언을 경청했다. 그린스펀의장이 연설을 하는 경로는 2가지로 나뉠 수 있다. 정기적으로 의회에서 통화정책에 대해 의원들의 질의에 대답하는 청문회 성격의 발언이 있고, 이번과 같이 비정기적으로 대학과 같은 공개석상에서 연설을 하는 방법이 있다. 의회에서 의원들의 질문에 모호하게 답변하는 것보다 자기 의사를 자유롭게 발언하는 대학연설 등에서 그의 진의가 나타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번 발언도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이 날도 역시 시장은 그의 연설 도중에 급변하기 시작했다. 아침부터 하락세로 출발했던 다우지수와 나스닥지수가 그린스펀 의장의 직접적인 언급은 없었지만 인플레를 크게 우려하지 않는다는 해석이 알려지면서 상승세로 전환된 것이다. 다우가 상승을 이어간 반면 나스닥지수는 결국 하락세로 마감됐지만 그린스펀의 위력을 실감할 수 있는 조그만 사례라 하겠다.

(삼성증권 뉴욕법인 과장)

myj@samsu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