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한 토익강사를 아버지로 둔 A씨(25)는 98년 영어특기자로 K대학에 입학했다. 토익성적은 920점. 미국에서 5년간 살아 영어도 잘한다. 그러나 인문학부에 들어간 뒤 여러 과목에서 도저히 강의내용을 알아들을 수 없었다. D, F학점이 쌓이다 보니 1학년 평점이 2.1점밖에 안돼 원하던 영문과가 아닌 불문과에 배정됐다. 그는 아예 학교를 그만뒀다. 그는 미국으로 떠나기 전 영어특기자로 들어온 후배들에게 충고했다. “어려운 과목은 무조건 피하고 스포츠 음악 같은 쉬운 과목을 들어 일단 1학년은 버텨야 한다.”
또다른 K대의 K교수(영어교육학)는 전공필수인 ‘영어학개론’의 성적표를 보고 특별전형에 문제가 있음을 발견했다. 98년 특별전형으로 들어온 학생 12명의 성적이 C° 5명, C+ 5명, D。 1명, D+ 1명. 99년 신입생도 9명 중 7명이 C, D, F학점이었다.
▼"특기생 대학 적응못해"▼
건국대 오성삼(吳聖三·교육학)교수가 4월 98년 특별전형으로 입학한 257명을 대상으로 4학기 동안 학업성취도를 조사한 결과 52%가 학사경고를 받거나 자퇴 휴학하는 등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영어특기자는 휴학 자퇴생이 56%나 됐고 학사경고자까지 합치면 66%나 됐다.
대학입시에서 특정 분야에 특기나 재능을 가진 학생 등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특별전형의 비중이 크게 늘고 있지만 이들이 대학생활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는 등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특별전형 인원은 98년에 45종 5만9156명으로 전체의 16.3%였으나 △99년 88종 6만7200명(18.7%) △2000년 152종 7만8954명(21.5%) △2001년 179종 8만5617명(22.8%) 등 계속 늘고 있다.
새 대입제도가 도입되는 2002학년도부터는 더 확대될 전망이다.
이와 관련해 한국대학교육협의회는 이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대입 특별전형 활성화 방안연구’라는 보고서를 최근 교육부에 제출했다.
대교협은 “성적 위주의 선발을 지양하려는 특별전형의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에게 교과공부를 경시하게 만들고 특기교육 과외를 유발하는 부작용이 있다”며 “특별전형 입학자의 수학능력이 문제가 되는 만큼 학생부 수능성적 등 지원 기준을 높이는 최저학력기준을 상향 조정해 휴학 자퇴 등의 부작용을 줄여야 한다”고 제안했다.
▼"전형기준 객관성 문제"▼
102개 대학 입시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특별전형의 애로사항 조사에서도 40.2%가 전형기준의 객관성을 문제로 지적했다.
이어 △전형자료의 공정성 17.6% △최저학력기준 설정 15.7% △전형요소 반영비율의 적절성 14.7% △신뢰성 확보 11.8% 순.
대교협은 경시대회 등을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특별전형 인증제를 실시해야 하며 ‘특별전형 사후 평가제도’를 도입해 선발과정의 공정성을 높이고 입학 뒤에도 수학상태와 학교적응 과정을 관리해 부작용을 줄여야 한다고 제안했다.
▼일반-특별전형 통합해야▼
대교협은 전형의 객관성 확보를 전제로 특별전형의 비율을 대학자율에 맡길 것이 아니라 최소한 40% 이상으로 높이고 궁극적으로 일반전형과 특별전형을 하나로 통합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연세대 민경찬(閔庚燦)입학관리처장은 “특별전형이 도입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정착에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대학들도 전형의 공정성과 신뢰도를 높일 수 있는 도구를 개발하고 입학 뒤에도 특기자를 관리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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