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최초의 여성 하원의장 베티 부스로이드(70)가 11일 은퇴를 선언했다.
부스로이드 하원의장은 이날 하원에서 “모든 의원들이 차기 의장이 갖춰야 할 자질에 대해 충분히 생각할 여유를 주고 후임자가 2002년 차기 총선까지 남은 임기를 수행할 수 있도록 여름 휴회 기간이 끝난 뒤 사임하겠다”고 밝혔다.
부스로이드의장의 갑작스러운 사임 발표에 의석에서는 실망 섞인 한숨이 나오기도 했으나 곧 열띤 박수 소리가 의사당을 뒤흔들었다.
부스로이드는 92년 영국 하원 600년 역사상 첫 여성 하원의장, 2차대전 이후 첫 야당 하원의장이란 진기록과 함께 의사봉을 잡은 뒤 97년 재선됐다.
그는 하원의장에 당선된 뒤 ‘마담 스피커’로 불러 달라고 주문하는가 하면 수백년동안 역대 하원의장들이 써 왔던 흰 가발을 쓰지 않고 무릎까지 내려오는 반바지 대신 치마를 입겠다고 선언해 당찬 면모를 과시했다.
부스로이드는 16세 때 ‘틸러 걸스’란 공연단에 입단, 카바레 등의 무용수로 일한 적이 있으며 노동당에 가입해 정치 경력을 쌓아 나갔다. 처음에는 쇼걸 출신이란 전력 때문에 연속 5번 낙선하기도 했으나 73년 국회의원에 당선된 뒤 노동당 원내총무를 거쳐 87년 하원 부의장에 올랐다.
그는 평소에 “각료들은 언론보다는 하원에서 현재 추진중인 정책을 발표하고 설명해야 한다”고 역설하는 등 철두철미한 의회의 수호자로 알려져 있다.
그러면서도 특유의 아량과 유머 감각으로 의사당내에서 벌어지는 설전을 중재하는데 탁월한 능력을 발휘해 한 영국 신문은 “술집 여성의 말솜씨와 유치원원장의 아량을 겸비한 하원의장이 출현했다”고 평하기도 했다.
평생 독신으로 지낸 부스로이드는 직장 생활과 육아를 병행하는 여성들에 존경심을 갖고 있다고 털어놓는 솔직함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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