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순한 의사에 의해 유전자가 조작된 ‘맞춤형’ 인간이 태어난다. 두뇌가 컴퓨터에 맞먹고 잠을 자지 않으면서 일할 수 있는 능력을 가졌다. 이를 이용해 무적 군대를 만드려는 마피아의 음모와 이를 저지하려는 경찰의 두뇌싸움….
러시아 최고의 베스트셀러 작가인 알렉산드라 마리니나의 ‘악의 환영’(문학세계사) 상·하권이 나왔다. 22개에 달하는 그녀의 시리즈 추리물중 초기작에 속한다. 국내에는 98년 ‘일곱번째 희생자’ 이후 4번째로 번역 소개됐다.
여기서도 마리니나 추리소설이 가진 미덕이 고스란히 보여진다.
영화 못지 않은 생생함, 구성의 탄탄함, 섬세한 디테일 묘사 등등. 그리고 요약이 불가능할 정도로 이야기가 풍부해 독자를 몰입시키는 힘이 있다. 다양한 시점을 통해 다층적으로 스토리가 전개되는 것도 특징. 조금만 쉬었다 보면 처음부터 다시봐야 할 정도로 숙독을 요구한다.
사실 마리니나의 작품은 겉으로는 추리물이지만 알맹이는 그 이상이다. 여기서는 유전자 조작으로 태어난 인물들의 심리묘사가 정통 소설 뺨친다. 유전자 조작으로도 범할 수 없는 휴머니즘에 대한 나름의 통찰을 녹여낸 솜씨도 일품.
번역자인 안정범씨는 “마리니나 글은 ‘죄와 벌’ 등에서 살인사건을 모티브로 주인공의 심리를 풀어간 도스토예프스키 작품을 연상시킨다는 점에서 러시아 문학전통을 현대적으로 계승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현지 평단에서도 그녀의 작품은 ‘대중문학’으로 치부되고 있다”고 전했다. 한마디로 ‘너무 잘 팔려 손해보는 작가’라는 것. 한편, 러시아의 한 방송사(MTV)는 그녀의 작품중 16편을 주말 미니시리즈로 방송해 한창 화제를 일으키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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