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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책]'지금변하지 않는 기업은 죽는다'

입력 | 2000-07-14 18:41:00


이 책은 인터넷 비즈니스를 직접 하고 있는 사람들이나 매우 가까이서 관찰하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매우 설득력있게 다가 온다는 미덕을 가지고 있다.

1부는 조프리 무어의 ‘벤처마케팅’(Crossing the Chasm)이란 명저의 인터넷 버전이라고 할 수 있다. 조프리 무어의 캐즘이론은 소비자를 혁신자, 선각수용자, 전기 다수, 후기 다수, 지각 수용자의 다섯 개의 그룹으로 나눴다. 반면, 이 책에서 주장하는 소비자 테크노그래픽스라는 새로운 소비자 분류방법은 소비자를 초기수용자, 주류 소비자, 지각 수용자라는 3개의 그룹으로 나누고 있다. 조프리 무어의 혁신자, 선각수용자를 이 책의 저자 메리 모달은 초기 수용자로 합쳐 설명하고, 전기다수와 후기다수로 표현되었던 소비자 그룹을 주류 소비자라는 표현으로 합치고 있다.

또한, 이러한 세가지 분류법을 규정짓는 방편으로 소비자의 소득과 신기술에 대한 태도라는 두 가지 차원을 사용하고 있다. 즉, 소득 수준이 높고 신기술에 대해 낙관적인 소비자는 초기수용자로 정의될 수 있고, 소득도 적고 신기술에 대해 비관적이거나 비판적인 소비자는 지각수용자로 정의될 수 있다. 그리고, 주류 소비자는 소득이 높고 신기술에 대해 비관적인 계층과 소득이 낮은 반면 신기술에 대해 낙관적인 두가지 계층으로 혼재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분류는 현실적으로 상당히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이 책의 중요한 기여중의 하나는 앞의 세 가지 소비자 집단을 다시 세 가지 차원에 의해 분류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 세 가지 차원은 소비자가 인터넷을 사용하는 기본적 동기에 관한 것으로, 소비자가 인터넷을 사용하는 기본적인 동기는 경력 가족 오락이라는 세 가지의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앞서 설명한 세 그룹을 각각 세가지 동기로 나누어 총 9종류의 소비자 그룹이 나오게 되는데, 이러한 분류에 따른 설명방식은 무작정 고객 만족을 외치는 것에 비해서는 훨씬 설득력이 있어 보이며, 고객을 단지 고객이라고 부를 방법 외에 더 없는 사람들에겐 좋은 참고가 될 것이다.

이 책의 2부와 3부는 통일성을 가진 구성은 아니고, 일부 이미 다른 저서들의 내용이 반복되고 있으나, 몇 가지 언급은 신선하다. 2부 6장에서, 인터넷 비즈니스의 초기에는 마케팅과 신기술 비용이 이중 나선 구조로 상승하여 무형자산에 대한 상당한 고정 투자를 유발하는 반면 일단 충분한 규모를 달성하기 시작한 인터넷 기업의 한계 비용은 인터넷 참여 이전보다 10분의 1로 떨어진다는 설명, 그래서 인터넷의 시장 구조는 소수의 대규모 기업과 대다수의 소규모 기업들로 나누어진다는 설명 등은 인터넷 산업의 본질을 적절히 반영하고 있다.

3부 9장에서는 소비자 기업들이 신기술 판매자가 되지 말아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면서, 기업들은 자신들이 신기술의 판매자가 될 것인가 사용자가 될 것인가에 대한 태도를 명확히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주장은 최근 수익모델의 창출이라는 성급한 자본의 요구에 따라, 내키지는 않지만 수익의 다변화 측면에서 솔루션 수익을 향해 눈길을 돌리는 많은 한국 인터넷 기업의 동향과 배치되는 주장이다. 물론 한국의 앞서가는 인터넷 비즈니스의 경험이 솔루션이라는 물적토대에 기반한 수익으로 승화되어야 한다는 점에는 이견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결국 일반 소비자에게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 기본이 될 인터넷 기업이라면 자신의 태도를 확실히 하는 것이, 최근의 수익 모델 문제를 정면으로 돌파하는 기본적인 전략이 될 것이라고 판단된다는 점에서 저자의 주장은 경청할만 하다. 형선호 옮김. 325쪽, 1만원.

이경전(고려대교수·경영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