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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이 좋다/안성]된장익은 고을 솔솔 문화향기

입력 | 2000-07-14 20:03:00


주위는 온통 논밭. 여기저기서 ‘삐비빅’ 소리와 함께 휴대전화 액정에 수신불능 표시가 뜬다. 도시탈출 성공. 서울주변 대규모 먹을거리 놀이거리 공간과는 사뭇 풍경이 다르다. 수도권 가족들의 새로운 휴양지로 떠오른 곳, 경기 안성시 죽산면이다.

▼#1무용과 된장?▼

현대무용가 홍신자씨가 이곳에 8년 전 터를 잡고 문화예술터 ‘웃는 돌’을 열고 있다. 기자가 안성을 찾은 14일, ‘Threshold(문지방)’란 홍씨의 새 작품을 촬영하기 위해 미국 뉴욕에서 비디오아티스트 페니 우드가 와있었다.

점심나절 찾은 된장전문집 ‘서일농원’. 마당엔 2000개가 넘는 된장독이 있다. 방도 널찍하고 초록으로 우거진 소나무 경치도 빼어나 “꽤 비싸겠구나”하고 겁을 먹었는데 웬걸, 유일한 메뉴인 된장 1인분에 어른 5000원, 어린이 3000원이다.

된장은 말할 것도 없고 직접 재배했다는 더덕 파래 가죽 깻잎 빈대떡 장아찌 오이동치미 풋고추 상추쌈, 거기다 귀한 손님들에게만 접대한다는 매실주, 이름 모를 밑반찬들까지 상다리가 휘어질 지경. 자극적이지 않고 연하지만 입에 착착 달라붙는 된장맛에 우드와 홍씨 모두 밥 두 그릇을 뚝딱 해치웠다.

다이어트에 극도로 신경 쓰는 발레리나와는 달리 현대무용가들은 거의 다이어트를 하지 않는다. 발레가 하늘로의 비상을 꿈꾼다면 현대무용은 땅에 굳건하게 발을 딛는다. 그것도 맨발로. 모든 구속으로부터의 해방과 자유. 홍씨는 “이상하게 밥이 잘 먹혀요”라면서 이 집 된장은 짭짤하지만 느끼하지 않아 배가 부르지 않는다고 했다.

▼#2문화 그리고 평화▼

방향을 틀어 안성IC쪽으로 20분 정도 차를 타고 가다보면 보개면에 ‘너리굴 문화마을’이 있다. 6만평의 대지 위에 자연과 예술이 살아 숨쉬는 독특한 문화예술공간. 1주일 전에 예약을 해야 전문강사의 지도로 도자기공예 사물놀이 실습 등을 배울 수 있다. 1인당 비용은 3000∼5000원.

4인 이상 혹은 가족단위로 예약을 하면 붕어빵 떡볶이 파전 등을 만들어 보는 ‘먹을거리 프로그램’에도 참여할 수 있다. 야외수영장도 있어 한가로이, 운치 있게 수영하는 맛도 난다. 입장료에 식사를 포함해 1인당 7000∼1만2000원이면 충분하다.

서일농원에서 5분쯤 차를 타고 가면 용설저수지가 나타난다. 겉만 보고는 강인지 바다인지 구별이 안될 정도로 넓고 청명한 지평선이 아롱거린다. 쨍쨍히 반사되는 햇빛물결에 해안에 묶어 놓은 나룻배도 한번씩 넘실넘실.

홍씨는 “일견 조용하면서도 역동적인 대자연으로부터 끊임없이 영감을 받는 곳이 안성”이라며 앞으로도 이 곳을 떠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가 추구하는 무용세계는 ‘영혼이 깨어나는 춤’. 자연을 깊이 느끼는 게 곧 영혼에 가까이 다가서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Threshold’는 20세기에서 21세기로, 옛것에서 새것으로, 감춰진 것에서 개방된 것으로, 외세에서 내세로 가는 길목의 심정을 다룬다. 그는 이곳 안성에서 각자의 ‘영혼’을 무대로 ‘자연’을 공연할 예정이다.

미사리 양평 청평 춘천을 다 돌아보고 이제 자연과 평화를 원한다면, 당일치기로 편하게 안식을 얻을라치면, 안성이라곤 ‘안성맞춤’이나 ‘안성탕면’ 들어본 게 전부라면 이제 무작정 안성행 중부고속도로에 몸을 실어볼 차례다. 같이 있고 싶은 가족, 혹은 연인과 함께.

cij1999@donga.com

▼안성의 맛-멋▼

▽서일농원(031―673―3171)〓서울에서 중부고속도로를 타고 1시간 정도 가다 일죽IC가 나오면 좌회전해 일죽휴게소 맞은편 우측도로로 3㎞ 정도 내려간다. 된장백반과 함께 자연식으로 재배한 된장 고추장 간장 식초 등도 판매.

▽건강나라(031―674―8255)〓일죽IC에서 용인 양지 방면 17번 국도를 타고 1km 정도만 가면 된다. 식당과 카페, 찜질방과 사우나를 혼합한 복합휴식공간. 입장료 1만원, 연중무휴 24시간 운영.

▽너리굴 문화마을(031―675―2171)〓일죽IC에서 나와 38번도로 안성읍 원삼 방면 339번도로 표지판을 따라 2㎞. 강남고속터미널에서 안성행 버스를 타고 안성터미널에서 내리면 택시로 6000원 거리. 예약 필수. 사슴 거위 오리목장도 있으며 숙박 가능. 1박에 4만5000원.

▽보물섬(031―656―5002)〓보물섬의 형태를 살려 특히 아이들이 좋아한다. 실제 배안에서 식사와 차 라이브 음악을 함께하는 이색체험, 선상에서의 멀티스크린 상영과 바비큐파티 등의 이벤트가 있다. 경부고속도로에서 안성IC를 지나 칠곡저수지 표지판을 따라 5분 소요.

▽석이네 가든(031―675―5989)〓자연산 참붕어에 시래기 콩 인삼 대추 등을 넣고 양념장을 1시간 이상 끼얹어 쪄내오는 붕어찜이 일품. 경부고속도로에서 안성IC로 들어와 안성군청 앞에서 387번 지방도로를 타고 금광저수지 옆으로 오면 된다.

▽극단 무천(031―675―9472)〓야외극장에서 8월10∼20일 ‘셰익스피어 가족축제’ 마련. 8월10∼13일 ‘맥베드 21’, 14∼20일 ‘한여름밤의 꿈’.

▽웃는돌(031―675―0661)〓홍신자씨의 무용단과 야외극장이 있다. 홍씨의 춤 작업으로 인해 현재는 프로그램이 없지만 공연이 없을 때는 명상, 포도다이어트 프로그램 등을 마련하기도.

※서울에서 일죽IC까지 대중교통으로 가는 방법〓동서울터미널에서 매시 40분에 일죽행 버스가 있다. 일죽시내까지 택시로 3000원 정도면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