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동성초교 87년 졸업 동창생들
벤처기업에서 일하는 이선미씨(31)는 얼마전 졸업 15년만에 옛 중학교 동창과 연락이 닿았다. 출신학교별로 사람을 찾아주는 동창회 사이트가 인기라는 얘기를 듣고 회원 가입을 했는데 어느날 ‘반갑다’로 시작되는 E메일이 날아온 것.
‘끊어진 옛 인연 잇기’는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웹사이트에 이씨가 졸업한 대전 갈마중학교 게시판이 개설되면서 머릿속에 가물가물했던 옛 친구들의 근황을 알게 됐다. 이씨는 “별다른 기대없이 회원으로 가입했는데 뜻밖에 옛 친구들을 만나 기뻤다”면서 “현실공간의 동창회에도 참가하고 싶다”고 말했다.
사이트명
인터넷주소
아이러브스쿨(모교사랑)
www.iloveschool.co.kr
싸이월드
www.cyworld.com
다모임
www.damoim.com
프리챌
www.freechal.com
하늘사랑
www.skylove.com
세이클럽
www.sayclub.com
예스터데이TV
www.yesterdaytv.com
동문닷컴
www.dongmoon.com
피플서치
search.itsme.co.kr
휴먼파인드
www.humanfind.co.kr
파인드맨
www.findman.co.kr
그리운가족찾기
www.reunion.or.kr
사람찾기마당
www.inews.org/114
21세기 디지털혁명의 원동력인 인터넷. 정보를 주고받는 수단으로만 인식돼온 인터넷이 사람들간의 정(情)을 돈독하게 하는 ‘사랑의 전도사’ 역할을 하고 있다. 바쁜 생활 탓에 잊고 지내던 학교 은사나 동창생들을 찾으려는 수요가 늘면서 사람을 찾아주는 웹사이트가 급성장하는 추세다.
최근 장안의 화제로 떠오른 아이러브스쿨(www.iloveschool.co.kr)이 대표적인 동창생 찾기 사이트. 지난해 10월 문을 연 이후 한달만에 회원 1만명을 넘어선 뒤 요즘에는 하루 신규 가입자가 5만명에 육박하고 있다. 아이러브 스쿨측은 “지난달 24일 100만명을 돌파했는데 벌써 회원수가 180만명에 도달, 200만명선도 곧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고 즐거워 했다.
아이러브스쿨의 폭발적인 성장세는 옛 동창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한 점과 회원들의 활동에 비례해 지급되는 적립금을 전액 해당 모교에 전달하는 공익적 성격에 기인한다. 이름과 출신학교, 졸업연도 정도만 알면 되는데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별로 목록이 나타나며 같은 연도에 같은 학교를 다닌 동창들의 목록도 제공한다. 지금은 문을 닫은 폐교까지 포함된 전국 1만2000여개 학교의 데이터베이스가 아이러브스쿨의 자랑거리다.
처음에는 접속 때마다 10원씩 적립해줬으나 이달초부터 장학금 조성 코너를 신설해 광고를 클릭할 때마다 10∼1000원의 적립금을 누적해 해당 학교에 전달한다. 4월초 50여개 학교에 1370만원을 전달한 데 이어 이달말에 53개교에 1100여만원을 기부할 계획이다.
실명확인을 기반으로 사이버 인맥관리를 추구하는 싸이월드(www.cyworld.com)에도 끊어진 옛 인연을 찾으려는 4000여건의 사연들이 게시판을 가득 메우고 있다. 회원으로 가입한 뒤 출신학교 이름 졸업연도 고향 등으로 검색이 가능하며 찾고자 하는 사람이 회원으로 등록돼 있지 않은 경우에도 해당인과 관련있는 동문이나 동창, 동향사람에게 E메일이 자동 발송돼기 때문에 성공확률이 높다. 싸이월드측은 “동문은 물론 어릴 적 소꿉친구, 연락이 끊긴 이웃 등 모든 지인을 찾을 수 있다는 점이 다른 업체와 차별화되는 장점”이라고 밝혔다.
포털사이트 및 커뮤니티사이트들도 인터넷 인연 이어주기에 동참하고 있다. 세이클럽(www.sayclub.com) 프리챌(www.freechal.com) 하늘사랑(www.skylove.com) 다음(people.daum.net·접속량 폭주로 잠정 폐쇄) 등이 이에 속한다. 이밖에 다모임(www.damoim.com) 예스터데이TV(www.yesterdaytv.com) 등도 주목받는 사람찾기 사이트다.
하늘사랑 김자경 차장은 “사람찾기 사이트의 인기는 네티즌들이 본질적으로 다른 사람과의 커뮤니케이션을 원한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것”이라며 “지나치게 바쁜 현대 생활 속에서 과거로 회귀하고 싶은 심리에도 원인이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지윤씨의 꿈같은 만남▼
‘인터넷이 이어준 꿈같은 재회.’
87년 대구 동성초등학교를 졸업한 라이코스코리아 이지윤씨(26·여). 거제 출신의 친구로부터 인터넷 사람찾기 사이트를 통해 옛 친구를 만났다는 얘기를 듣고 호기심에 이끌려 지난달 27일 ‘아이러브스쿨(www.iloveschool.co.kr)’에 가입했다. 순서에 따라 출신학교 데이터를 입력하고 나니 문득 떠오르는 사람은 초등학교 6학년 시절 단짝이었던 배정민씨(26).
동창들끼리 소식을 주고받는 게시판에 들어간 순간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꼭 한번은 보고 싶었던 배씨가 게시판에 글을 남겨놓았기 때문. 이씨는 바로 E메일을 보내고 게시판에 기록된 휴대전화번호를 눌러 배씨와의 통화에 성공했다.
“나 이지윤인데, 나 알겠어?”
“어∼ 어∼, 6학년때 그 지윤이?”
초등학교를 졸업한 지 13년만에 목소리를 들은 이들은 이후 사이버공간이 아닌 현실공간에서 실제로 만나 지난 세월에 대한 많은 얘기를 나눴다. 이씨는 “회원 가입을 한 지 채 하루도 지나지 않아 보고싶었던 친구를 찾게 돼 놀라울 따름”이라며 “인터넷의 위력을 다시 한번 실감했다”고 말했다.
끊어진 인연 잇기는 두사람만으로 끝나지 않았다. 동창들이 하나둘씩 모여들면서 현실공간에서 ‘번개모임’을 가지자는 제의가 이어져 결국 8일 대구 동성초등학교 87년 졸업생 12명이 재회의 기쁨을 나눴다. 젊은 나이에 사장으로 출세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대기업직원 교사 대학원생 외국기업직원 벤처기업직원 등 동창들의 모습은 제각각이었다. 이씨는 “소중한 인연을 기념하는 뜻에서 적어도 두달에 한번씩은 꼭 ‘오프라인 모임’을 갖기로 약속했다”며 “초등학교를 졸업한 뒤 캐나다로 이민간 친구와도 연락이 닿는 것을 실감하니 마치 꿈을 꾸는 것 같다”고 말했다.
espr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