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에 짜증난 사람들은 하루에도 수십번 물 속에 풍덩 빠져들고 싶다. 시원한 물살을 가르다 보면 뜨거운 태양 빛도 친구처럼 느껴지기 때문일까.
수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화려한 수영복 물결. 사실 아름다워만 보이는 수영복 속에는 속도를 증가시키기 위한 과학기술이 씨실과 날실처럼 얽혀있다. 속도가 커지면 그만큼 물의 저항도 커진다. 속도가 중요한 수영 선수들에게 저항은 그만큼 큰 골칫덩이다. 그래서 수영복은 저항을 감소시키기 위해 꾸준히 변신을 시도해왔다.
수영복은 처음에 흡습성과 신축성이 좋은 울로 만들어졌다. 그러다 1964년 도쿄올림픽에서 100% 나일론 수영복이 선을 보였다. 나일론은 이전보다 물흡수가 적어 호평을 받았지만 신축성이 한방향으로만 주어져 선수들은 착용감이 좋지 않다고 평가했다. 이후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전에는 나일론과 폴리우레탄사를 혼합해 가로와 세로로 모두 늘어나는 소재가 개발됐다. 물의 저항을 줄이기 위한 노력은 가속화된다. 1988년 서울올림픽에서는 수영복의 표면을 매끄럽게 하고 물과의 마찰을 줄이기 위해 실의 굵기를 8.5㎛(1㎛는 백만분의 1m)로 가늘게 한 것이, 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에서는 실 한올을 압축해 더 미끄럽게 만든 소재의 수영복이 등장했다. 그 후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 때는 물을 튀겨내는 효과를 갖도록 원단에 발수성수지를 입히기까지 했다. 올해 시드니 올림픽에서는 어떤 수영복이 물의 저항에 도전장을 내밀까.
▼김서림 방지하는 계면활성제▼
수영을 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수경이다. 물이 닿는 부분과 눈이 있는 쪽의 온도차 때문에 쉽게 렌즈 표면이 뿌옇게 변한다. 기체인 수증기가 렌즈 표면에서 물로 변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물은 표면장력이 커서 주변의 물방울을 잘 잡아당긴다. 그러면서 렌즈 표면을 울퉁불퉁하게 만든다. 시야가 흐려지는 이유다.
그래서 요즘 시판되는 대부분의 렌즈에는 안티포그(Anti―Fog)액이 코팅돼 있다. 안티포그액은 사실 비누와 같은 계면활성제, 물의 표면장력을 감소시켜 물방울이 서로 모이는 것을 막는다. 렌즈 표면에 물방울이 생기더라도 서로 모이지 못하고 골고루 퍼져 수막이 형성되기 때문에 사물이 제대로 보인다. 그런데 안티포그액으로 코팅된 수경이라도 시간이 지날수록 쉽게 김이 서린다. 물 속에서 오래 사용할수록 코팅된 안티포그액이 서서히 깎여나가기 때문이다.
야외 수영장이나 바닷가에서 피부가 더 잘 타는 것은 경험으로 알 수 있다. 피부는 바람이 잘 불고 습도가 높으며 빛을 많이 반사하는 곳에서 더 잘 탄다. 실제로 촉촉한 피부는 건조한 피부에 비해 빛 흡수율이 4배 이상 크다. 이때 피부를 타게 만드는 주범은 자외선.
▼선크림은 자외선B만 차단▼
자외선은 파장에 따라 크게 3종류로 나뉘는데 피부를 그을리게 만드는 자외선은 자외선B(290―320㎚)다. 자외선차단제가 들어있다고 하는 선크림은 사실 자외선B에만 효과가 있다. 따라서 자외선A(320―400㎚)에 의해 멜라닌 색소가 증가해 피부가 검게 변하는 것은 막을 수 없다. 파장이 가장 짧은 자외선C(200―290㎚)는 인체에 가장 유해한 영향을 미치지만 오존층에 의해 흡수되므로 지표에 거의 도달하지 못한다. 하지만 근래 오존층이 파괴되면서 문제가 되고 있다. 일반적인 수영장(50m×25m×2m)에 들어가는 물의 양은 약4천톤. 이 어마어마한 물을 깨끗하게 유지하기 위해 대부분의 수영장에서는 눈에 보이지 않는 오염물질을 응집제와 반응시켜 부유물과 함께 여과기에서 거르고, 병균은 염소계 살균제로 죽인다. 살균제를 비롯해 인체의 분비물은 대체로 산성을 띠므로 물이 쉽게 산성화된다. 이를 막기 위해 소다회 같은 염기성의 pH조절제를 넣는다. 물론 모든 활동은 컴퓨터시스템에 의해 자동적으로 조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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