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즈키 코지의 3부작은 독특한 시리즈다. 한 여자의 원한이 담긴 비디오테이프를 본 사람들이 1주일 안에 모두 죽는다는 내용의 은 공포소설이다.
은 심리스릴러에 가깝고 암 바이러스를 추적하는 완결편 는 를 쓴 로빈 쿡의 의학소설을 떠올리게 한다. 가장 특이한 것은 속편이 전편의 전제를 뒤집는다는 사실이다.
을 읽은 독자들은 소설 속의 인물들이 원혼에게 살해당했다고 믿지만, 는 그들이 죽은 까닭을 전혀 다르게 설명한다. 은 1편과 2편의 세계 자체를 부정한다. 하나의 의문을 풀면 또 다른 질문이 이어진다. 3부작은 그 자체로 물고 물리는 원형의 '링'을 이루는 것이다. 결코 벗어날 수 없는 폐쇄회로의 세계, 에 관한 몇 가지 질문이다.
▼비디오테이프를 본 사람들은 어떻게 죽었는가?
은 네 명의 청소년이 한 날 한 시에 죽으면서 시작된다. 그들은 상상할 수도 없는 공포에 질린 표정으로 죽었다. "일주일 후 이 시간에 죽고 싶지 않다면 지금부터 말하는 것을 실행에 옮겨라"는 비디오테이프의 저주를 무시했기 때문이다.
그 저주가 무엇인지 알 수 없도록 테이프를 지우기까지 했다. 죽기 직전, 그들은 무엇을 보았을까? 그들 뒤에서 다가온 서늘한 기운은 무엇일까? 저주를 남긴 야마무라 사다코의 원혼이라고 생각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는 더 과학적인 설명을 시도한다. 비디오를 볼 때 사다코의 원혼이 낳은 '링 바이러스'가 그들의 체내에 침입했다.
정확히 1주일 동안 잠들었던 바이러스가 활동을 시작한 순간 그들의 동맥이 막히면서 심근경색을 일으켰다. 의 주인공 안도는 이 바이러스가 오래 전에 사라진 천연두 바이러스와 흡사하다는 사실을 밝혀 낸다.
▼왜 링 '바이러스'인가?
바이러스의 특징 하나. 증식을 목표로 한다. 특징 둘. 생물과 무생물의 중간에 위치한다. 살아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다른 생물의 세포에 기생하지 않는 이상 스스로 번식할 능력은 없다. 사다코의 비디오테이프도 마찬가지다. 세상에 퍼져 인류를 끝장내고 싶지만 비디오테이프는 혼자 번식할 수 없다. 그래서 인간을 숙주로 택했다.
이 비디오는 비유적인 의미에서만 바이러스가 아니다. 사다코는 죽기 직전 인류 최후의 천연두 환자에게 강간당했고 천연두 바이러스를 몸에 품은 채 우물에 버려졌다. 그녀의 원한이 부활하고 싶다는 천연두 바이러스의 염원과 만나 비디오테이프로 태어난 것이다.
▼의 원제 '라센'은 무엇을 뜻하는가?
'라센'은 일본어로 '나선'을 의미한다. 인간의 유전 정보를 간직한 DNA의 나선형 구조를 지칭하는 것이다. 에서 '링 바이러스'는 스스로 진화해 돌연변이가 된다. 25년 전 죽은 사다코를 되살리기 위해서다. 여자의 자궁에 침입한 링 바이러스는 사다코와 똑같은 DNA 정보를 가진 인간이 태어나도록 한다. 1편에서 죽은 류지의 영혼이 대학 동창 안도에게 메시지를 보내는 것도 DNA 암호를 통해서다.
▼새로 태어난 사다코는 어떻게 달라졌는가?
자신이 생각한 형상을 필름이나 테이프에 인화할 수 있는 사다코는 양성인간이기도 했다. 여성의 육체와 남성의 성기를 가졌다. 그녀는 자신이 갖지 못한 자궁을 간절하게 소망했다. 돌연변이 바이러스를 통해 태어난 사다코는 바로 그 자궁을 가지고 있다. 그녀는 자신의 성기를 자신의 질 안에 삽입해 아이를 낳을 수 있다. 사다코는 완벽해졌다.
▼사다코는 왜 다시 태어났는가?
사다코는 부모를 죽음으로 몰고 간 사람들의 냉대를 뚜렷이 기억한다. 이 기억에 천연두 바이러스의 본능이 더해져 인류를 멸망시키겠다는 강렬한 욕망이 생겨났다. 자기 자신의 정자와 난자가 결합하면 똑같은 유전 인자를 가진 인간이 탄생하는 것은 당연한 일. 여자의 자궁으로 침입 대상을 바꾼 링 바이러스는 계속해서 사다코를 잉태시킬 것이며, 그 사다코들이 또 다른 사다코들을 낳아 세계는 오직 한 종류의 인간만이 존재하게 될 것이다. 이것이 인류의 최후다.
▼의 부제 '루프'의 뜻은?
은 과 의 이야기가 모두 컴퓨터로 만든 가상공간에서 일어난 일이라고 말한다. 과학자들은 그들이 창조한 이 세계를 '루프'라고 부른다. 루프(Loop)는 폐쇄회로를 뜻한다. 완벽하게 닫힌 채로 활동하는 하나의 세계.
그 세계의 원이 깨지는 순간, 다른 세계들의 원도 연이어 붕괴한다. 가상공간 루프계가 링 바이러스에 점령당하자 현실 세계에서도 치유 불가능한 바이러스가 생겨난 것이다. 물론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은 루프계의 원이 깨졌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가상 공간의 누군가가 현실 세계로 들어왔다는 의미다.
▼은 책을 덮어도 잊혀지지 않는다. 단지 무서워서?
링 바이러스는 미디어를 타고 무서운 속도로 번진다. 비디오, 소설, 영화, 방송. 우리는 이 중 하나라도 피할 수 없다. 의 마지막에서 안도는 "미디어가 없는 무인도로 떠나겠다"고 말한다. 고립을 자초하지 않는 이상 링 바이러스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것이다. 가장 섬뜩한 것은 비디오로 나타난 링 바이러스가 소설 으로 모습을 바꾸었다는 사실을 독자가 알아채는 순간이다. 지금, 을 읽고 있는 독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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