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이 연이틀 매도 공세를 펼치면서 증시 분위기가 싸늘해졌다. 시장 체력이 허약해진 가운데 외국인들의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한 매도 공세를 펴자 주가 하락폭이 예상외로 커지고 있다. 이에따라 기술적 반등을 기대한 저점 매수를 권하던 증시전문가들이 이제는 시장 리스크에 대응하기위해 현금 비중을 높이는 보수적 투자가 필요하다고 조언하고 있다.
◆외국인들 현·선물시장에서 '팔자'지속
20일 증시는 연이틀 외국인들이 매도 물량을 내놓으면서 종합주가지수가 전날대비 18.40포인트 하락한 778.90으로 끝났다.
외국인들은 전날 300억원규모를 순매도한데 이어 이날도 888억원어치를 팔았다. 순매도 규모를 보면 그리 큰 물량이 아니다.
그러나 국내 증시의 체력이 기진맥진한 상태에서 시가총액기준으로 증시 비중이 30%에 달하는 외국인들의 매도세 전환에 따른 충격은 매우 크게 나타나고 있다.
특히 외국인들은 삼성전자주를 1,086억원어치나 순매도해 지수 하락을 부추겼다. 외국인들이 삼성전자주를 쏟아내는 이유에 대해서는 많은 얘기들이 나오고 있다. 미국계 증권사의 반도체 경기에 대한 회의적인 보고서,삼성전자가 자사주 500만주를 매도할 것이라는 관측등이 그것이다.
문제는 어떤 이유에서건 외국인들이 삼성전자를 비롯한 핵심주를 계속 내다 팔 경우 투신등 국내 기관들이 순매도를 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강도로 시장을 얼어붙게 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엥도수에즈WI카의 김기태 이사는 "최근 동남아시장의 금융 환경이 악화되고 미국 나스닥시장도 조정장세가 나타난데다 한국시장의 경우 하반기에 유동성이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면서 외국인들이 매도 우위로 돌아선 것으로 보인다"며 "당분간 외국인들이 매수 우위로 돌아서기는 어려울 전망"이라고 말했다.
외국인들이 장세를 비관적으로 보는 증거는 선물시장에서 나타나고 있다. 선물시장에서 외국인들의 매도 미결제 약정은 19일 1,309계약이 증가한데 이어 20일에는 2,546계약이 늘어났다.
대우증권 심상범 애널리스트는 "선물시장에서 외국인들이 이틀연속 매도규모를 늘린 것은 단기적인 투기적 거래보다 헤지(위험 방지)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것으로 해석된다"며 이는 현물시장에서 외국인들이 향후 장세를 비관적으로 보고 매도 우위를 지속할 가능성이 높음을 알려주는 단초라고 말했다.
특히 20일밤에는 미국 그린스펀 FRB의장이 미 상원 은행위원회에서 향후 통화정책등에 대해 보고하는데 발언 내용이 미국 증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경우 한국 시장에도 파급효과가 클 것으로 보인다.
외국인의 매도세에 대해 반론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한국투신 신긍호 펀드매니저는 반도체업종에 대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의 이익구조가 견실해 외국인들이 34만원아래에서는 매도 규모를 줄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주식형 수익증권 대기 매물도 대기
외국인이 주도하는 장세에서 외국인들의 매도세 전환은 많은 국내 요인들을 무색케 하고 있다. 투신권에 신규자금이 유입되지않아 외국인의 순매도세에도 불구하고 지수 상승을 견인할 정도로 국내 증시의 체력이 보강될 여지가 별로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작년 7월에 주식형 수익증권이 10조원정도 유입돼 이미 환매된 것을 빼더라도 2∼3조원정도는 이달말까지 만기가 돌아와 투신권이 환매자금을 마련하기위해 보유 주식을 내다 팔 것으로 보여 수급 악화의 원인이 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대신투신운용 표종성 펀드매니저는 "주식형 사모펀드의 실효성이 줄어들고 비과세 펀드도 입법화가 지연돼 증시에 신규자금이 유입되지 않는 가운데 주식형 수익증권의 만기 도래는 수급을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방어적 투자로 전환해야
20일 증시에서는 프로그램 매도물량이 300억원에 불과한 반면 프로그램 매수물량이 1,990억원이나 나왔다. 대형종목을 주로 사는 프로그램 매수가 대거 나오지 않았다면 이날 종합주가지수는 훨씬 더 빠졌을 것이다.
대우증권 심상범 애널리스트는 "20일은 특이하게 선물지수가 현물지수보다 하락 폭이 적게 나타나면서 프로그램 매수세가 유입됐다"며 이는 선물시장에서 개인투자자들이 지수 반등을 기대해 장 막판 선물매수 강도를 높였기 때문인데 개인들은 장세에 따라 쉽게 매매패턴을 바꾸기 때문에 프로그램 매수 확대에 힘입은 지수 하락 억제는 앞으로 더 이상 기대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일단 기술적으로 60일 이동평균선이 있는 종합주가지수 770포인트대가 1차 지지선 역할을 할지 여부에 주목하면서 투자 조언도 주식보유비중 축소에 무게를 두고 있다.
WI카 김이사는 "60일선이 무너지면 700포인트대까지도 각오해야 한다"며 따라서 개인투자자들은 기술적 반등을 겨냥한 단타매매를 하거나, 이것이 힘들다면 보수적인 투자로 전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SK증권 강현철 애널리스트도 혼란장세에서는 일단 주식 비중 자체를 줄이는 것이 방법이라고 권했다. 현대증권 오현석 애널리스트는 "대형주 중심으로 지수가 하락하면 이는 시장 차원의 리스크 문제로 연결되기 때문에 어느 종목이든 하락 폭풍을 피할 여지가 별로 없다"며 보수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승윤parks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