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국가를 부를 때마다 저작권 사용료를 내라.”
다소 황당하게(?) 들리지만 실제 있었던 일이다. 6월24일부터 7월2일까지 국립극장 대극장에서 공연된 연극 ‘마르고 닳도록’(이강백 작)의 소재였다. 이 연극은 공연기간중 객석점유율 70%를 기록하면서 성황리에 공연을 끝냈다.
연극의 줄거리는 이렇다. 애국가의 작곡가인 고(故)안익태선생이 65년 작고할 당시 국적은 스페인. 따라서 그가 작곡한 애국가의 저작권은 스페인에 있고 따라서 한국은 사용료를 지불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스페인의 마피아 조직이 거액의 저작권료를 챙기기 위해 국내로 잠입, 박정희(朴正熙) 김대중(金大中) 등 5명의 전현직 대통령과 한판 대결을 벌인다는 것이다.
이 내용은 물론 ‘픽션’이다. 그러나 이 가운데 애국가의 저작권문제는 ‘논픽션’일 수도 있다는게 법조인들의 견해.
우선 저작권의 귀속문제. 저작권법 4조는 음악저작물을 저작물로 예시하고 있으므로 작곡 작사자는 저작권자가 된다.
이 법 36조는 ‘저작재산권은 저작자가 생존하는 동안과 사망 후 50년간 존속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안선생이 사망한 때는 1965년. 따라서 애국가의 저작권은 안선생 사후 50년인 2015년까지 그의 유족에게 상속돼 존속한다.
안선생의 유족이 저작권을 주장할 경우 제일 먼저 사용료 지급 대상으로 떠오르는 것이 방송국. 하루에 수십번씩 애국가를 방송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저작권자는 음악저작권중 공연권(公演權·법 17조)을 근거로 사용료를 청구할 수 있다. 실무상으로는 한국음악저작권협회가 저작권자를 대표로 방송국과 ‘포괄(blanket)협상’을 맺어 일년 단위로 한꺼번에 청구한 뒤 이를 소속 저작권자들에게 분배한다,
학교와 단체 등이 집회에서 애국가를 부르는 경우에도 저작권료를 내야 한다. 혼자서, 혹은 소규모 집회 등에서 사적으로 부르는 것은 ‘공연’이 아니므로 사용료를 낼 필요가 없다.
그러나 한승헌(韓勝憲)변호사는 실제로 이런 상황이 일어날 가능성은 적다고 말한다. 한변호사는 “안선생은 생전에 우리나라를 방문해 직접 애국가 연주를 지휘하기도 했다”며 “여러 정황으로 미뤄 안선생은 묵시적으로 저작권을 대한민국 정부에 양도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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