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의 허준이 귀양갈 때 바로 이런 기분이었겠죠.”
농구판에서 유머감각이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강동희(34·기아)의 말이다.
그는 17일 언제 돌아오겠다는 기약도 없이 낚싯대와 보따리를 챙겨 안면도로 떠났다. 이것은 본인 스스로가 택한 ‘귀양’.
강동희는 올해 단 하루도 제대로 쉬어본 적이 없다. 6월부터 한달여동안 열린 아시아농구협회(ABA)대회 참가를 위해 4월 시즌이 끝난 직후부터 훈련을 했다.
비시즌때 ‘0.1t’ 가까이 올라가 애를 먹이던 몸무게가 올해는 불지 않고 있다는 게 유일한 위안거리라고나 할까.
그러다 그는 10일에서야 비로소 ‘꿀같은 휴식’기회를 가질 수 있게 됐다. 그러나 그는 중앙대―기아 선배 허재와 더불어 농구판의 양대 마당발. 평소 연락을 할 수 없던 친구들이 강동희가 돌아왔다는 소식을 듣고 ‘때는 이때다’라며 잇따라 환영파티(?) 초청을 해왔다. 자칫 ‘술독에 빠져’ 체중이 눈 불어나듯 할 위기에 놓인 것이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낚시. 그러나 사람사귀기를 좋아하는 그는 휴대전화는 꺼놓지 않았다.
“어, 반갑다, 나 오늘 못나가, 여기 안면도거든, 보고싶으면 여기로 와.” 하루에도 수십번 반복하는 통화내용이다. “다음 시즌엔 정말 만회를 해야지요. 지난 시즌에 너무 못했잖아요.”
바로 이것이 강동희가 ‘귀양’간 까닭이다.
je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