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유소 폴사인제(상표표시제)의 폐해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정유업계 내부에서 소비자를 기만하고 석유시장의 유통질서를 문란케 하는 주범 가운데 하나인 폴사인제를 전면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국내 정유4사의 하나인 S―Oil은 현행 폴사인제의 폐지와 주유소 주유기마다 정유사의 상표를 부착하는 복수 폴사인제의 도입 등을 골자로 하는 ‘주유소 단일 상표표시제의 합리적 개선 건의서’를 마련, 21일 산업자원부와 공정거래위원회에 각각 제출했다.
이에 따라 폴사인제의 실상을 보여주는 ‘주유소 상표표시제 맹탕’(3일자 A31면) 제하의 본보 보도 이후 제기돼 온 폴사인제의 존폐를 둘러싼 논란이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폴사인제는 ‘특정 정유사의 폴을 단 주유소에서 판매되는 상품의 품질은 해당 정유사가 책임진다’는 취지로 92년4월 도입된 제도. 그러나 95년 정유사들이 시장점유율 경쟁을 시작하면서 사실상 소비자들을 기만하고 정유사들의 세력유지에 봉사하는 장치로 전락했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S―Oil은 이 건의서에서 “현행 폴사인제는 석유유통시장에서 표시 및 광고의 공정화를 기하고 소비자를 보호한다는 취지에서 일탈해 파행적으로 운영돼 왔다”고 자인하며 △국내 석유시장의 공정경쟁을 저해하고 △주유소업계의 경영 부실화와 덤핑 판매를 조장해 불량 유 류 유통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고 그 폐해를 지적했다.
S―Oil은 정유사들이 폴사인제에 저촉되지 않는다고 주장해 온 정유사간 제품교환에 대해서도 “타 정유사와 제품교환 후 자사 첨가제를 혼합해 마치 자사가 생산한 제품과 동일한 품질인 것처럼 홍보하는 것은 소비자를 기만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이 회사 고위 관계자는 “정유사들의 독과점적 구조 하에서 파행적으로 운영되는 현행 폴사인제로는 석유시장의 본격개방 이후 주유소업계는 물론 정유사들조차 살아남기 힘들 것이라는 위기의식에서 건의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SK 관계자는 “폴사인제의 폐지를 둘러싼 논쟁이 그 어느 때보다 격렬한 시점에서 정유업계 내부에서 다른 목소리가 돌출된 것은 유감”이라고 말했다.
주무 행정부처인 산업자원부 관계자는 “현재 에너지경제연구원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는 ‘석유유통구조 개편을 위한 연구’에서 폴사인제의 존폐 문제를 다룰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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