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등급 BB+이하 투기등급 채권을 50%이상 사들이도록 의무화한 고수익펀드의 만기가 속속 돌아오고 있다.
투신사들은 환매에 대비, 보유자산 매각을 시도하고 있지만 막대한 투기등급 채권을 소화해줄 만한 수요가 없어 고민이다.
업계에서는 본격판매가 임박한 투신 비과세 신탁상품에서 투기등급채권을 편입할 수 있도록 당국에 요청하고 있지만 부작용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고수익펀드 만기도래〓지난해 11월부터 판매된 6개월짜리 하이일드펀드는 이미 만기가 돼 돌아오고 있다. 이에 따라 하이일드펀드 누적 판매고는 6월초 11조8500억원에서 현재 10조7000억원으로 줄어든 상태.
투기등급채권에 펀드자산의 50%이상을 투자하되 그 중 절반이상은 부실채권을 담보로 한 후순위채를 사들이도록 한 후순위채(CBO)펀드도 6개월짜리 만기가 다음달 3일부터 돌아온다. 현재 판매고가 12조4300억원으로 하이일드와 CBO펀드를 합치면 24조원 가량, 이 가운데 후순위채를 포함한 투기등급채권은 11조원을 웃돌 것으로 추정된다.
▽투기등급채권 ‘사자’ 실종〓문제는 환매에 대비해 이들 투기등급채권을 처분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 투기등급채권 편입이 가능한 뉴하이일드펀드도 판매 한달여만인 6월말 수탁고 3조원을 넘어섰으나 이후 정체상태에 빠져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한국투신운용 이도윤 시가평가운용팀장은 “만기가 다 된 회사채도 발행기업이 죽기살기로 만기연장을 요구하고 있어 현금화하기 어렵고 유통시장에서는 국공채나 신용등급 A이상 우량회사채 외에는 매수처가 없다”고 걱정.
삼성투신운용 김용범 채권시가운용팀장도 “특단의 대책이 없다면 결국 고수익펀드도 판매사가 미매각 수익증권으로 떠안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비과세펀드에 넘긴다(?)〓업계가 내놓은 해결책은 2조원이상 예약된 비과세 신탁상품에서 투기등급채권을 사들일 수 있도록 허락해 달라는 것. 위험이 커지는 대신 공모주 우선배정 혜택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정책당국은 “공모주는 안되지만 투기등급채권 편입은 굳이 막을 이유가 없다”는 입장. 금융감독원 박광철 자산운용감독과장은 “이 경우에도 원금손실이 나지 않도록 운용회사에서 치밀하게 상품을 설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비과세펀드가 투기등급채권을 편입할 경우 문제점도 많은 것으로 지적된다. 삼성투신 김팀장은 “농특세 과세논란에 이어 투기등급채권까지 편입한다면 비과세상품에 많은 돈이 들어올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퇴직금 등 영세 서민자금이 많은 비과세상품에 투기등급채권을 편입시켜 부도를 맞는다면 투신권은 더 이상 신뢰를 회복할 수 없는 지경에 빠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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