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세기 영국에서 시작된 산업혁명은 사회구조와 인간생활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변화의 흐름을 탄 사람들은 돈을 벌고 신분을 높여 부르주아라고 불리는 새로운 계급을 형성했고 낙오한 사람들은 비참한 생활로 빠져들어 헤치고 나올 수 있는 길이 보이지 않았다.
이런 산업사회의 모순이 드러나자 1810년대에는 기계를 파괴하는 러다이트 운동이 일어났다. 1848년에는 카를 마르크스가 ‘공산당 선언’을 발표하였고 1917년에는 러시아혁명이 발생하여 20세기를 이데올로기의 역사로 점철되게 만들었다.
디지털 디바이드(Digital Divide)란 정보화 기기를 제대로 활용하는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 사이의 소득격차가 커져 사회적인 갈등으로 발전하는 현상을 말한다.
이런 디지털 디바이드 현상이 우려할 만한 수준이라는 지적이 적지않게 나오고 있다. 22일자 동아일보 보도에 따르면 컴퓨터를 이용하는 시간이 서울 강남의 어느 학교 학생들은 하루 평균 4시간인데 반하여 지방의 학생은 불과 30분이라고 한다. 8배의 격차다. 컴퓨터를 21세기의 연필과 같다고 할 때, 연필을 잡고 있는 시간이 8배나 차가 난다는 말이다.
문제의 심각성은 이 8배라는 차이가 앞으로의 인생에서 거의 모든 것을 규정할 것이라는 데 있다. 현대에는 컴퓨터와 통신을 통해서 지식을 습득하고 이것이 바로 그 사람의 경쟁력이 된다. 경쟁력이 정해지면 그 사람의 속하게 될 사회계층과 수입이 결정된다.
획기적인 변화가 없는 한 8배라는 이 격차를 극복하기는 쉽지 않다. 어린 시절에 한글을 깨우칠 기회를 놓친 사람이 평생을 문맹으로 살아가는 것과 비슷한 현상이다. 본의 아니게 사회변화에 의해서 짊어진 멍에를 일생 동안 안고 살아야 한다면 그 얼마나 원통한 일이겠는가.
이런 디지털 디바이드 문제를 해결하고 건강한 복지국가를 건설하기 위해서는 정보화교육에 대한 우리의 인식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 컴퓨터와 인터넷은 이제 특별한 사람만 하는 특기가 아니다. 모든 사람이 알아야 하는 기본 중의 기본이다.
그래서 컴퓨터와 인터넷을 모르면 컴맹과 넷맹이라고 한다. 여기에는 조금도 과장이 없다. 어린 학생들이 살아가야 할 미래사회에서 컴맹이 겪어야 할 불이익은 과거 문맹자가 받아야 했던 설움보다 적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바로 이런 관점에서 정보화교육을 생각해야 한다. 과거 문맹을 퇴치하던 노력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말이다.
지금 우리가 할 일은 ‘21세기식 문맹퇴치’ 운동이다. 전국의 모든 학교에 현대식 컴퓨터 교실을 만들고 인터넷 교육을 시작해야 한다. 종이 교과서를 전자 교과서로 바꾸는 작업도 시작해야 한다. 과거에 군대에서 한글을 가르쳤던 것처럼 모든 군인들을 상대로 컴퓨터교육을 해야 한다. 그리고 컴퓨터를 주요 시험 과목에 포함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정보화교육을 말하면 돈이 없다고 말한다. 물론 돈이 많이 든다. 하지만 먹기도 어렵던 시절에 학생들에게 교과서를 나눠주던 노력을 생각하면 못할 일도 아니다. 다행히 군에서 컴퓨터교육을 일부 시작하고 금년 말까지 모든 학교를 인터넷으로 연결한다고 한다. 그러나 여기서 만족해서는 안된다. 이것은 시작일 뿐이다.
이때 주의할 점은 정보화 격차를 줄이되 하향평준화를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도시의 앞서가는 학교와 학부모가 좋은 시설을 만들고 앞선 교육을 하는 것을 막아서는 안된다. 정부가 할 일은 뒤진 학교를 도와서 상향평준화하는 것이다.
8배의 정보화 격차를 보자 러다이트 운동과 공산당 선언이 나오던 시대가 연상된다. 소수 정보화 엘리트가 새로운 부르주아 계층을 형성하고 다수가 빈곤감에 빠지는 그런 사회가 걱정된다. 이런 식으로 방치하면 새로운 ‘이즘’이 출현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이것은 과거 공산주의와 비슷한 것이 될지 소프트웨어의 지적재산권을 부정하는 프리(Free) 소프트웨어 운동과 비슷한 것이 될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