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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키나와 G8회의]'닷 포스'창설 정보격차 해소 나선다

입력 | 2000-07-23 19:15:00


▼G8회의 무얼 남겼나▼

일본 오키나와(沖繩) 선진8개국(G8) 정상회의의 성과물 가운데 가장 돋보이는 것은 ‘글로벌 정보사회에 관한 오키나와 헌장’이다.

19개장으로 되어 있는 IT헌장은 경제발전과 풍요로운 삶을 위해 IT의 발전을 더욱 촉진시키고 선후진국 간의 정보격차(디지털 디바이드)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을 담고 있다. 이 헌장은 선진국들이 IT에 대한 의견을 처음으로 종합한 것이어서 앞으로 IT관련 국제룰 작성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회의에서 관심을 끌었던 내용을 분야별로 정리한다.

▽IT헌장〓헌장은 “IT는 21세기의 틀을 만드는 가장 강력한 힘 중의 하나”라고 규정했다. 그리고 이 힘을 지속적인 경제성장과 민주주의의 강화, 통치의 투명성 및 설명책임의 증진,국제적 평화 및 안정의 촉진 등을 위해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의 정보격차가 확대되고 있는 상황을 지적하면서 선진국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헌장은 어디에 있든지 글로벌 정보사회에 참가할 수 있고 누구도 이런 이익에서 배제되지 않는다는 ‘참가의 원칙’을 강조했다.

정보격차 해소를 위해 헌장은 적당한 가격으로 통신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시장환경 조성과 정보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농촌 오지 등의 정보통신환경 개선, 이용자에게 편리한 기술개발, 정보기술에 정통한 인재 육성 등을 장려하기로 했다.

헌장은 IT사회 정착을 위해 기업 간의 경쟁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민간기업 국제기구 비정부기구(NGO)의 협력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G8정상들은 IT문제를 종합적으로 검토하기 위해 ‘디지털 오포튜니티 그룹(닷 포스)’을 만들어 빠른 시일 내에 회합을 갖기로 했다.

▽미국의 국가미사일방어체제(NMD)계획〓푸틴 러시아대통령은 미국의 NMD계획에 대해 거듭 우려를 표명했다. 클린턴 미 대통령은 “국방장관이 수주일 내로 제출할 보고서를 받은 뒤 결론을 내리겠다”며 방어로 일관했다.

▽경제〓정상들은 세계경제가 전체적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견해에 일치했다. 그러나 일본경제에 대해서는 아직도 불안요인이 남아있다며 계속적인 경기부양정책과 구조개혁을 요구했다. 유가 인상 움직임에 대해 우려를 표시하고 빈곤국의 채무 86억달러를 탕감키로 했다.

▽오키나와 미군기지〓회담장 밖에서는 가장 큰 이슈였다. 클린턴 미 대통령은 미군기지 축소에 노력하겠다는 뜻과 미군들의 잇단 범죄에 유감을 표시하고 재발방지에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IT헌장 주요내용▼

정보기술(IT)은 21세기를 만들어가는 가장 큰 힘의 하나로 모든 사람에게 커다란 기회를 제공한다. IT의 이익을 누리기 위한 경제개혁, 구조개혁, 건전한 거시경제 운영, 경쟁과 기술혁신을 통한 정보네트워크 구축, 인재개발, 공적 부문에 의한 적극적인 IT 활용이 중요하다. IT는 민간부문 역할이 중요하며 정부는 규제를 위한 부당한 개입을 피해야 한다. 정보기술과 전기통신 관련 시장의 경쟁촉진, 지적소유권 보호, 소비자 보호 등의 원칙에 합의한다. 약자나 발전도상국의 정보격차 해소를 위해 국제기관, 비정부기구(NGO) 등 관계자의 협력을 강화한다. 격차해소를 위한 검토위원회를 설치, 차기 정상회의까지 보고한다. 개도국의 정책, 규제와 네트워크 환경정비 촉진 등 우선분야에 관한 구체적인 대응 방안을 모색한다.

ksshim@donga.com

▼세계 정상외교 '막전막후'▼

G8 정상회의에 참가한 각국 정상들은 2박3일간의 짧은 일정 속에서도 개인적인 친소관계를 뚜렷이 나타냈다.

모리 요시로(森喜朗·63) 일본총리는 정상회의 의장이라는 역할 때문에 각국 정상과 격의없이 대화를 나누는 전방위 외교를 펼쳤다. 특히 22일밤 만찬에서는 정상회의에 8번째이자 마지막으로 참석한 빌 클린턴 미국대통령(53)의 노고를 위로하면서 귀국후 중동평화협상이 성공하기를 기원했다. 모리총리는 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전총리의 갑작스러운 와병과 사망으로 갑자기 총리에 취임해 정상회의에 데뷔했지만 의장 역할을 무난히 수행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런 모리 총리에게 가장 친밀함을 보인 정상은 ‘일본통’으로 알려진 자크 시라크 프랑스대통령(67). 정상회의에 6번째 참가한 그는 초보자인 모리 총리를 적극 지원했다. 회의나 사진촬영때마다 웃는 표정으로 모리총리 옆에 다가갔고 첫날 만찬에서는 모리 총리의 의사진행을 칭송하는 건배를 제의하기도 했다.

그러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대통령(47)과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 사이에는 최근 프랑스의 러시아 범선압류로 인한 외교분쟁으로 냉랭한 바람이 불었다. 21일 만찬 직전 대기실에서 부닥치자 시라크대통령이 서둘러 만찬장으로 들어가 어색한 순간을 모면했다.

푸틴 대통령은 블레어 영국총리(47)와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56)와도 친분을 과시했다. 블레어총리는 푸틴이 대통령 대행이던 시절 처음으로 만난 서방측 정상. 구동독에서 KGB요원으로 근무한 경험이 있는 푸틴대통령은 22일 조찬에서 독일어를 사용해 슈뢰더 총리를 기쁘게 했다.

푸틴대통령은 “8개국 정상이 수시로 E메일을 교환하자”고 제안했으나 나머지 정상들이 별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클린턴 대통령은 미국의 국가미사일방어체제(NMD)구상을 둘러싸고 미―러간 대립이 있는 가운데도 푸틴대통령과 여러차례 대화를 나누며 정상회의 주역은 그래도 미국과 러시아라는 점을 과시했다.

정상회의를 취재한 보도진의 인기투표 결과 가장 유머가 많은 정상에는 클린턴 대통령이, 가장 멋진 정상에는 블레어 총리가 뽑혔다. 평소 일본 전통무술인 가라데 실력을 과시해온 푸틴대통령은 가라데의 한 유파로부터 명예 9단증을 받았다.

yes202@donga.com

▼G8 서밋 8000억원 돈잔치 빈축▼

23일 막을 내린 일본 오키나와 G8정상회의는 ‘정상들의 호화 파티 여행’이나 마찬가지였다고 회의 참가국의 비정구기구(NGO)대표와 언론매체들이 비판했다.

일본 정부가 이번 정상회의 개최에 들인 비용은 800억엔(약 8000억원)으로 사상 최대규모. 재작년 영국 버밍엄 정상회의 비용, 11억엔(약 110억원)에 비하면 80배에 가까운 천문학적 규모다. 작년 독일 쾰른 서밋 비용은 7억엔(약 70억원)이었다.

영국 BBC방송은 22일 “아프리카 등 빈곤국이 무거운 채무로 고통받는 상황에서 너무나 사치스런 서밋을 개최했다”고 비판했다. 이번 서밋에 들인 비용은 잠비아의 대외 국가채무를 완전 탕감할 수 있으며 빈곤국 어린이 1200만명을 학교에 보낼 수 있는 금액.

더 타임스도 22일 오키나와 수리성에서 열린 호사스러운 정부 주최 만찬을 비난했다. 이날 만찬에는 철갑상어알 바닷가재 등 초호화판 식사가 나왔으며 보도진에게는 IC디지털녹음기를 비롯, 위스키 열대지방의상 등 푸짐한 선물을 안겼다.

일본측은 빌 클린턴 미국대통령에게 ‘고향에 온 분위기를 느낄 수 있도록 해주고 싶다’며 정상회의장에서 그리 멀리 않은 곳에 클린턴 생가를 재현해 놓기도 해 NGO대표들의 빈축을 샀다.

yes20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