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산 속에 살고 있는 사람이나 화성에서 오랜 휴가를 즐기다 온 사람이 아닌 이상, 올해가 서구문명의 진정한 상징 중 하나인 요한 세바스티안 바흐가 세상을 떠난 지 250년째 되는 해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28일의 바흐 250주기를 맞아 음악가들에게 매우 난해한 질문을 하나 던졌다.
만약 당신이 불모의 섬에서 오도가도 못하게 됐을 때, 바흐의 레코드를 단 하나만 가질 수 있다면 어떤 것을 선택하겠습니까?
다음은 이 질문에 대한 유명 음악가들의 대답이다.
▽아이잭 스턴(바이올리니스트·카네기홀 소장)〓내가 불모의 섬에서 지내게 된다면 아내, 바이올린, 좋은 시가 몇 개 외에 카잘스와 요요마가 연주한 첼로 조곡 레코드를 가져가고 싶다. 또 반다 란도프스카가 연주한 ‘크로마틱 판타지와 푸가’, 카잘스가 말보로 페스티벌에서 지휘한 ‘브란덴부르크’ 협주곡도 빼놓을 수 없는 작품이다. 이 두 개의 특별한 연주에서 큰 감동을 받았기 때문이다.
▽존 패디스(재즈 트럼펫 연주자·카네기홀 재즈악단 지휘자)〓나는 글렌 굴드의 ‘골드버그 변주곡’과 카잘스의 무반주 첼로 조곡을 가져갈 것이다. 내가 이 두 사람의 연주를 좋아하는 것은 두 사람 모두 풍부한 감정을 갖고 있고 재즈와 비슷한 방식으로 곡에 접근하고 있기 때문이다. 두 사람의 연주에서 보통 클래식 음악가들에게서 느낄 수 없는 편안함을 느낄 수 있다.
▽앨버트 풀러(하프시코드 연주자·줄리아드음대 교수)〓내가 선택할 바흐의 곡은 당연히 ‘마태 수난곡’이다. 이 작품은 예술적인 면에서 에베레스트 산처럼 우뚝 서 있는 존재이다. 그러나 단 한 장의 음반만으로는 이 곡에 드러나 있는 바흐의 상상력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만족시킬 수 없다. 이 곡을 하나로 통일시켜주는 부분은 테너가 부르도록 돼있는 마태의 이야기인데, 53년에 허만 셰르첸의 지휘로 휴그 퀘노드가 노래를 부른 음반만큼 이 부분을 예술적으로 표현한 것은 없다. 또 최근 톤 쿠프만의 지휘로 녹음된 음반은 지난 반세기 동안 우리가 이 곡에서 새로 발견한 힘과 감정을 잘 표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