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하늘을 보면 공간 개념을 자극하는 별들이 깜박이지만 우리 대부분은 그 세계를 외면하며 살아간다. 대신 자기 주변의 협소한 공간을 전체인 양 착각하고는 지표면이란 평면 속에서 허우적거린다. 이런 우물안 개구리식의 생활은 평면적 확장이 지상 목표일 뿐 보이지 않는 영역은 관심 밖이다. 휴대전화와 망원경에 대한 인식과 실상은 그 좋은 예다.
휴대전화와 망원경은 시공간을 넓혀준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평면적이고 공간적인 용도 때문에 이용면에서 큰 차이가 있다. 휴대전화는 떨어져 있는 사람끼리 정보 교환이 가능해 산업활동에도 크게 기여한다. 휴대전화는 대화 영역을 평면적으로 크게 넓혀 주었지만 역기능도 만만찮다. 운전중 휴대전화 통화와 공공장소에서의 무례함, 또 학생들이 학업에 몰두할 시간을 수시로 방해하는 어수선한 환경 변화가 부작용이다.
휴대전화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수요가 초라한 망원경은 인간과 자연을 이어주는 훌륭한 도구다. 인간이 직접 갈 수 없고 육안으로 볼 수 없었던 과거 속 아늑한 곳을 인식할 수 있어 시공 개념을 자극시킨다. 망원경으로는 세상의 넓음을 깨달을 수 있다. 결국 망원경은 바람직한 인생관 형성에 필요하지만 사람들의 우물안 사고법이 그 역할을 차단해 찬밥 신세다.
사물을 잘 파악하려면 사물보다 한 차원 높은 곳에서 바라봐야 한다. 거미줄로 제한된 거미의 평면적 삶은 우리가 공간 속에서 그를 내려다 볼 수 있어 잘 파악할 수 있다. 반면에 직선세계를 내부에서 관찰하는 것은, 낯선 지하철 안에서 헤매는 상황과 같다. 관점의 지혜를 우리의 삶에 적용해 보자. 우리는 분명 공간에 존재하므로 평면적 사고법을 버리고 시공간 세계를 살펴야 한다. 그래서 공간을 넓히고 과거를 분석하며 미래를 예측하는 교육이 필요하다.
그러나 현실은 어떤가. 시공간 세계를 이해하기 위한 역사 과학 수학은 망원경을 대하듯 외면하고 실용적인 영어와 컴퓨터는 휴대전화처럼 선호하고 있다. 평면적 사고만으로는 공간을 잘 이해할 수 없듯이 디지털 글로벌 무한경쟁시대를 영어와 컴퓨터로만 대비할 수는 없다. 반드시 보이지 않는 본질적인 것들을 다루는 교육이 병행돼야 한다.
가령 수학은 생각하는 방법을 다룰 수 있어 정보화사회에서 꼭 필요하다. 그러나 수학은 추상적이라 이해하기 어렵다. 어려우니까 학생들이 싫어하는데 우리 사회는 수요자 논리를 적용해 학생들이 선택하도록 틀을 바꾼 상태다. 그 결과 수학적 사고법이 중요한 시대에 수학교육이 가장 많이 망가졌다. 보이지 않는 것들을 쉽게 무시하고 실용적인 것만을 전체로 생각하는 사고가 그 원인이었다.
휴대전화를 보면 인기있는 영어와 컴퓨터 같은 실용학문이, 망원경을 보면 그 효용성이 무시되는 수학 같은 기초학문이 연상된다. 세상을 잘 파악하기 위해서 망원경의 역할을 깨닫는 것이 중요하듯 고사 위기의 기초학문을 휴대전화와 망원경의 관계를 음미하면서 올바르게 인식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