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스타전 MVP 송지만
“홈런왕은 이승엽과 같은 최고 스타가 차지하는 게 관중동원을 위해서도 낫지요. 저는 그저 열심히 할 뿐 홈런왕에 대한 생각은 없습니다.”
항상 겸손한 송지만(한화)은 볼수록 정이 가는 선수다.
히팅포인트를 몸 앞쪽까지 끌고 온 후 타격을 하는 그의 스윙은 이제 완숙단계에 접어들었고 홈런타자에게 가장 중요한 힘과 타이밍 조절도 익숙해진 것 같다. 따라서 후반기에 펼쳐질 이승엽(삼성) 박재홍(현대) 우즈(두산) 등과의 홈런왕 싸움은 많은 팬들을 흥분시킬 게 틀림없다.
이승엽이 유연함과 타고난 소질로 물 흐르는 듯한 스윙을 하는 데 반해 송지만은 독특한 기마 자세와 잘 다져진 근육으로 힘을 폭발시키는 스타일이다. 두 선수의 이런 대조적인 타격자세 또한 더욱 흥미롭다.
올해 올스타전 최우수선수(MVP)에 오른 송지만은 1차전에서 3개의 홈런을 몰아친 뒤 2차전에선 2루타 2개로 2타점을 올려 그가 홈런 공동선두로 오른 것이 우연이 아님을 입증했다. 특히 마산 1차전에서 국내 최고의 투수들인 정민태(현대) 임창용(삼성) 진필중(두산)으로부터 홈런을 뽑아냈기 때문에 홈런의 질이 최상품이었음을 기억해 둘 필요가 있다.
홈런과 MVP의 기쁨보다 첫 아들의 얼굴을 더 빨리 보고 싶다는 송지만의 행보는 이제부터가 더 중요하다. 투수들의 견제, 매스컴의 집중조명, 시드니올림픽에 대한 개인적인 야망 등을 잘 조절해야 하기 때문이다.
장종훈(한화)이 ‘촌놈’으로 불리고 이승엽이 ‘라이언 킹’이라 불리는 것에 비해 조금은 특이한 ‘황금 독수리’라는 별명이 붙은 송지만이 과연 홈런왕 계보에 오를 수 있을지….
허구연(야구해설가)koufax@neti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