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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김대식교수의 생명코드풀기]유전자지도 완성되면…

입력 | 2000-07-25 18:50:00


암은 10여개의 유전자 이상으로 생긴다. 암 발생과 진행에 관여하는 유전자 이상을 직접 차단하는 방법이 암 치료 효과를 높이고 암 치료과정에서 생기는 부작용도 줄일 수 있다.

하지만 정확히 어떤 유전자에 어떻게 이상이 생겨야 암이 발생하고 이 암이 인체의 다른 부위로 퍼져나가는지 뚜렷히 밝혀지지 않았다. 이런 이유로 유전자 이상을 고치는 약을 개발하는 것이 지금까지 불가능했으며 건강한 세포까지 죽이는 기존의 화학요법이나 방사선 치료를 감수해야만 했다. 표적이 뚜렷이 밝혀져 있지 않으므로 유전자치료 조차도 그 효과가 미미했다.

1998년 가을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유전자 이상을 직접 공격하는 최초의 항암제인 ‘허셉틴’(Herceptin)을 인가했다. 유방암의 30% 정도는 HER―2 유전자가 비정상적으로 증폭돼있다. 이 때문에 인체는 필요 이상의 많은 HER―2 수용체 단백질을 만들어 계속 분열하라는 신호를 일으키고 이 신호가 암세포 성장을 촉진시킨다. ‘허셉틴’은 HER―2 수용체를 공격하는 단세포군 항체로서 암세포의 비정상적인 분열신호를 차단한다. 다른 약과 허셉틴을 함께 투여한 여성의 반에서 종양이 뚜렷이 작아지는 효과를 보였다.

기존 항암제처럼 정상세포를 공격하지 않으므로 골수 고갈이나 탈모 등의 부작용 염려 없이 치료할 수 있는 최초의 ‘인체 스마트 폭탄’인 것이다. 그러나 이의 단점은 HER―2 유전자 이상이 있는 일부 암에서만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인간게놈프로젝트 정보의 이용과 DNA 칩 기술의 발달로 조만간 각종 암을 일으키는 유전자들의 이상이 밝혀질 것이다. 또 이들 중 어느 유전자 이상이 암 발생과 진행에 결정적인가 하는 것이 밝혀지게 되면 과학자들은 새로운 항암제 개발에 이용할 수 있는 풍부한 유전자 표적을 갖게 된다. 기존의 항암제보다 독성이 적고 효율적이며 약에 대한 개인차까지 감안한 맞춤 항암제 개발이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대식(성균관의대 삼성서울병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