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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는 내친구]아이스하키에 빠진 허경희양

입력 | 2000-07-25 19:09:00


“올리버, 힘내. 녀석들을 눌러버려.”

영화 ‘러브스토리’에서 첫 데이트장소는 아이스하키장. 하버드대와 다트머스대와의 경기. 올리버(라이언 오닐)의 초대에 응한 여주인공 제니퍼(알리 맥그로우)는 처음 보는 아이스하키게임에서 빙판 위를 달리는 올리버의 모습에 흠뻑 빠져 어느새 광적인 팬이 되버렸다.

“쉬익∼”하며 얼음이 스케이트 날에 깎여 들리는 날카로운 금속음, 숨돌릴틈 없이 움직이는 선수들과 퍽, 거친 숨소리와 땀냄새, 둔탁한 소리가 섞여나오는 강력한 보디체크….

일단 아이스하키의 매력에 빠지면 헤어나기 힘들다. 빙판위에서 한번이라도 스틱을 들고 나섰던 사람들은 “최고의 스포츠”라며 엄지손가락을 추켜 세운다.

연세대 사회계열 1학년에 재학중인 허경희양(19)도 아이스하키에 빠진 사람가운데 한명. 작년 12월 창단된 연세대 아마추어아이스하키 동호회 ‘타이탄스’의 멤버. 아이스하키는 선수를 교체해줘야 하는 시간이 1분에서 1분20초밖에 되지 않을 정도로 체력소모가 많은 운동이라 남자도 버텨내기 힘들다.

하지만 1m64에 50㎏도 안되는 호리호리한 몸에도 불구하고 허양은 남자들과의 몸싸움도 마다 않는다. 조금만 빙판을 지치면 다리가 후들거리지만 오히려 같이 훈련하는 동료들에게 “여자라고 봐주지 말라”며 당부한다.

허양이 스틱을 잡기 시작한 것은 4월. 학생회관앞에서 신입생들을 ‘스카우트’하기 위한 각 동아리 홍보활동이 한창인 때였다. 이곳 저곳을 둘러보던 허양은 유난히 눈에 띈 아이스하키 동아리 ‘타이탄스’에 덜컥 가입해버렸다. 바로 고등학교 때부터 무척 해보고 싶은 운동이었기 때문.

부모님 역시 레저스포츠를 즐겨하는 분들이라 별 반대는 없었다. 게다가 23명이 회원으로 있는 ‘타이탄스’엔 2명의 여학생이 더 있어 쑥스러움도 덜 했다.

아이스하키는 처음이었지만 운동신경이 뛰어난 허양은 가장 기본이 되는 스케이팅을 금방 배웠다. 초등학교 2학년때부터 스케이트와 중심이동의 원리가 비슷한 스키를 탔던 게 많은 도움이 됐다.

그가 매주 훈련하는 곳은 서울 목동링크. 일요일 아침 8시부터 10시까지 2시간 동안 동료들과 호흡을 맞춘다. 1시간30분은 스틱워크, 스케이팅 등을 다듬는 훈련을 주로 하고 나머지 30분은 실제 게임에 나선다. 포지션은 센터.

아직 배운지 석달밖에 안돼 몸놀림이 매끄럽진 않지만 그래도 부지런히 빙판을 누비고 다닌다. 연습게임에선 골까지 넣은 적이 있다며 자랑이 대단하다.

아이스하키와 인라인스케이팅으로 생활의 활력을 얻고 있는 허양은 “몸을 움직인다는 게 살아있다는 느낌을 갖게 만든다”며 “대학생활을 마칠때까지 운동을 계속할 생각”이라며 활짝 웃었다.

s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