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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그시절]"코끼리 감독에게 찍히면, '죽음'이야"

입력 | 2000-07-26 10:22:00


해태 김응룡 감독에게 한번 찍히면 살아남기 힘든다. 지금까지 코끼리 감독의 눈밖에 벗어나 무사한 선수는 거의 없었다. 물론 찍힌 선수가 백기를 들면 그 즉시 사면이 된다.

코끼리 감독에게 찍히는 지름길은 두가지. 하나는 그의 권위에 도전하는 것이고 두번째는 선수의 본분을 지키지 않는 것이다. 선수의 기본을 지키지 않아 코끼리 감독과 견원지간이 된 선수 한명의 얘기다.

지난 91년 1차지명때 해태는 대형타자 김기태와 대형투수 오희주를 놓고 고민했다. 방망이 보다는 투수력 보강이 필요했던 해태는 결국 오희주를 선택했다. 계약을 끝낸 오희주는 팀합동훈련때 입단 인사를 하기 위해 김응룡감독을 찾았다. 김감독도 오랜만에 대형투수가 입단해 내심 기대가 컸었다.

그런데 오희주는 그날 백구두를 신는 등 거의 제비족같은 차림. 김감독은 아예 인사를 받지 않고 돌아서 버렸다. 오희주는 김감독이 선수가 유니폼을 입지 않고 운동장에 나타나는 걸 가장 싫어한다는 것을 몰랐던 것. 그냥 평범한 사복차림도 욕을 먹는 판에 제비족 같은 모습이었으니 그때 김감독의 표정은 보지 않아도 상상이 간다. 그때부터 오희주는 완전히 찍혀 2군을 전전했다.

후반기 막바지 겨우 1군 6경기에 출전한 뒤 팀에 적응하지 못하고 92년 LG로 트레이드 됐다가 95년 시즌을 끝으로 유니폼을 벗었다. 그는 몇년전 골프에 입문, 레슨프로 자격증 취득을 목표로 열심히 땀을 흘리고 있다.

김감독은 요즘도 오희주 이야기를 하면 고개를 절래절래 흔든다. 오희주의 백구두에 얼마나 충격을 받았으면 이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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