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초여름이면 증권사에서는 ‘서머랠리’라는 이름으로 여름 강세장을 예상하는 리포트를 내보낸다.
올해도 예외는 아니었다. 외국인들이 삼성전자 현대전자 등 반도체주를 중심으로 대거 주식을 사들이고 값싼 금융주의 시세가 회복기미를 보이자 각 증권사와 언론들은 여름 ‘큰 장’을 예고했다.
그러나 결과는…. 6월 초순 850을 돌파했던 종합주가지수는 최근 720선 붕괴를 염려할 정도로 처참하게 깨지고 말았다. 서머랠리는 말 그대로 ‘희망사항’에 그치고 만 것.
서머랠리(summer rally)란 여름 휴가철을 앞두고 펀드매니저와 주식투자자들이 향후 증시를 낙관적으로 전망하고 휴가를 떠나기 전에 미리 주식을 사놓기 때문에 주가가 오르는 경향이 있다는 것. 통상 7월에 강세를 보이고, 휴가시즌이 끝나는 8월중순 이후에는 조정을 거치는 패턴을 보이곤 했다.
투자자들이 새해 새 기분으로 주식을 사들여 강세장을 연출한다는 ‘1월효과’, 매니저들이 연말 펀드결산을 앞두고 보유주식을 모두 처분해 약세를 보이는 ‘연말장세’ 등과 같은 계절효과의 한 종류.
모든 주식시장 참여자들의 서머랠리 기대가 허망하게 무너진 것은 왜일까. 무엇보다 현 증시상황이 그다지 낙관적이지 않다는 데서 이유를 찾아볼 수 있다. 자금시장 불안이 항상 도사리고 있고, 투신사 수익증권 환매요구가 계속되는데 주식을 사놓고 휴가를 떠날 펀드매니저들이 과연 얼마나 있을까. 한 편에선 ‘주식과 함께 잠들지 말라’는 철칙을 지키는 데이트레이더들이 눈을 부릅뜨고 있는데….
이밖에 인터넷 휴대전화 등 무선으로 주식을 매매할 수 있는 수단의 발달도 서머랠리를 과거 외국 증권시장에서나 볼 수 있었던 ‘유물’로 만들고 있다.
주식투자 판단은 당시의 증시상황 변화를 고려한 전망에 따라 달라져야 한다. 막연히 과거의 주가행태를 갖고 투자를 결정하기에는 현 주식시장의 움직임이 너무나 빠르고 불확실하게 움직이고 있다.(도움말〓하나경제연구소 장세현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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