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 외무장관이 태국 방콕에서 남북한 재외공관에서의 외교채널을 구축키로 의견 접근을 본 26일, 베이징(北京)에서는 처음으로 한국대사가 북한대사를 예방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다음달 7일 귀국하는 권병현(權丙鉉)중국 주재 대사가 베이징의 주중 북한대사관으로 가 주창준(朱昌駿)주중 북한대사를 예방, 1시간 가량 환담한 것.
남북한 대사가 주재국에서 공식적으로 단독 접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 대사가 북한 대사관 내로 태극기를 단 승용차를 타고 들어간 것도 유례 없는 일.
이날 만남에서 주대사는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이 약속대로 한국을 방문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주대사는 김위원장의 방문시기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권대사는 또 세계 각국에서 남북한 대사관끼리 또는 남북한 대사간 교류를 추진하자는 권대사의 말에 주대사가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 주대사는 “정상간에도 만나는데 대사끼리 못 만나겠느냐”며 “중국 이외의 다른 지역 조선대사도 그러한 권한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남북한장관급 회담도 이루어질 것이고 이산가족 방문도 성실히 준비되고 있으며 언론사 사장단 방북도 실현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하고 “넓은 주중 북한 대사관도 통일이 되면 남북한이 다 함께 쓸 수 있다”고 덧붙였다.
권대사는 “주대사가 76세의 고령에도 불구하고 혈색과 피부가 좋았으며 목소리도 낭랑해 아주 건강하게 보였다”면서 “겨울철에는 북한으로 사냥을 간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주대사는 1988년 9월 이후 주중 북한대사로 일했으며 한중 수교 등으로 한때 북한 소환설도 나돌았었다.이번 남북한 대사의 첫 접촉은 이임을 앞둔 권대사가 지난해 10월부터 주중 외국대사 모임의 단장을 맡은 주대사를 이임 인사차 예방함으로써 이루어진 것. 한국 대사관측은 약 10일 전 방문 신청을 했으며 며칠 뒤 북한 대사관측에서 방문해도 좋다는 통보가 왔다고 한다. 무엇보다 이번 만남은 주재국에서도 대사급 교류가 이뤄질 수 있다는 선례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ljhzi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