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에 가면 바다가 그립고 바다에 가면 계곡이 생각나는 여름 휴가길. 뜨거운 태양 아래서 즐기는 해수욕, 숲그늘 산바람에 물 흐르는 소리 정겨운 심산유곡, 그리고 맑고 깨끗한 호수. 여기에 입맛 돋우는 토속맛집까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춘천∼양구는 소양호 뱃길로, 양구∼인제∼양양은 자동차로 달린다. 한계령 너머 주전골(오색리)과 용소골, 미천골에서 계곡트레킹 혹은 오토캠핑을 즐긴 뒤 동해로 가는 코스다. 시골토속음식을 맛볼 수 있는 ‘광치령토속음식점’(인제)과 떡메로 떡쌀을 쳐 인절미를 손으로 빚는 ‘송천떡마을’(양양)도 있다. 2박3일 혹은 3박4일로 다녀올 만한 강원도 산바다 여행코스를 안내한다.
◆소양호 뱃길
‘해저∼어문 소∼오양강에 황혼이 지이이∼면….’ ‘소양강처녀’의 노랫말에 등장하는 소양강. 소양댐 건설후 호수에 편입되는 바람에 ‘외로운 갈대밭’이니 ‘슬피우는 두견새’니 하는 노랫말속 풍경은 사라진지 오래다. 그래도 물들어찬 계곡 주변의 거대한 호수 풍경은 세상 어디에 내놓아도 빠지지 않을 만큼 아름답고 인상적이다.
호수로 바뀐 소양호 풍경감상에는 쾌룡호가 제격이다. 소양강댐∼양구(27㎞)의 호수 뱃길을 시속 60㎞로 운항하는 공기부양 쾌속선을 타자. 소요시간은 30분. 산허리까지 물에 잠긴 숲 울창한 주변 산은 별장 수상스키장이 즐비한 청평호와 달리 어떤 인공시설도 찾아 볼 수 없는 자연 그대로다. 그래서 호수에는 적막감조차 감돈다. 소양호의 잔잔한 수면위를 날아가듯 지치는 공기부양선 여행. 대한민국 땅 어디에도 없는 소양호만의 독특한 뱃길답사다.
쾌룡호선장 염보선씨(38)는 “여름에는 신록, 가을에는 단풍, 초겨울에는 안개, 한겨울에는 설경, 봄 가을에는 안개낀 호수와 산이 볼거리”라며 “수질악화의 원인이었던 가두리양식장도 철거돼 수질도 1급수로 개선됐다.”고 말했다.
현재 공기부양선 2척(75, 45인승)이 수시 운행중. 가족여행의 경우 운전자는 46번국도로 양구로 가서 양구선착장에서 동행을 태운다. 거리는 51㎞, 소요시간 1시간.
△쾌룡호〓승선료 4400원(편도), 문의 033―242―4833(강원흥업)
◆주전골
양구에서 인제 원통을 거쳐 44번국도로 한계령(해발 917m)을 넘는다. 주전골은 한계령 오른편 남설악 점봉산(해발 1424m)의 한 계곡. 입구는 한계령 양양쪽 도로에 두 개가 있다. 오색약수의 ‘약수터매표소’(설악산국립공원관리소)와 고갯마루와 오색약수 사이의 해발 550m 즈음 중턱의 ‘용소폭포 매표소’. 주전골은 두 매표소 사이 계곡으로 거리는 3.5㎞. 어린이를 데리고도 두시간 내외면 트레킹 할 수 있을 만큼 쉬운 코스다.
오색약수 식당가를 지나니 계곡이 펼쳐진다. 약수교 아래 커다란 너럭바위 한중간에 사람들이 모여서 물을 뜬다. 오색약수다. 계곡 중턱쯤에도 약수(제2)가 있는데 두 개 모두 이렇게 암반에서 솟는다. 설탕 뺀 녹물사이다 맛. 매표소부터는 내내 계곡 가장자리로 오른다. 철제난간과 다리가 곳곳에 설치돼 아이 노인 모두 편안히 트레킹 할 수 있다.
계곡을 뒤덮은 화강암은 모두가 노란빛이 감도는 연한 주황색. 억겁 세월 그 위를 흐른 물에 닦여 표면이 수면처럼 매끄럽고 보드랍다. 유리같이 투명한 물에서 아이들이 멱을 감는다. 한켠의 물속에는 참외 수박이 담겨 있다. 건 듯 부는 바람에 실려온 계류의 한기에 콧잔등의 땅방울이 쏙 들어간다. 고개를 들어 계곡 위를 본다. 점봉산의 기암 기봉이 여기 불쑥 저기 불쑥 계곡위로 빼곡히 열린 파란 하늘을 장식한다.
계곡에는 유적도 폭포도 있다. 오색석사(성주사지)에 들르면 통일신라의 삼층석탑(보물 제497호)과 절마당의 비오고 햇빛 내리쬐는 노천제단위에 모셔진 아미타불도 만난다. 물맛 좋고 여러 병에 효험이 있다는 오색석약수도 콸콸 흘러내린다. 선녀탕, 용소폭포는 주전골에서도 아름답기로 소문난 곳.
계곡을 가로지르는 다리 한중간에서 걸음을 멈춘다. 그리고 계곡 위와 아래를 둘러 본다. 산의 아름다움과 고마움, 신비함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뒤돌아 볼 겨를도 없이 앞만 보고 달려온 인생이라는 산길에서도 이렇듯 잠시 쉬며 앞뒤 살펴 볼 수 있는 계곡 하나 쯤은 남겨 두어야 하는데…. 쓰러진 나무 한 그루에서 원시의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주전(鑄錢)골’이라는 이름에는 유래가 있다. 조선시대에 한 도적떼가 여기서 놋그릇을 녹여 동전을 위조하다가 들켜 붙여진 이름이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런 ‘은밀함’이 느껴지는 곳이다.
◆양양의 계곡
양양과 홍천 두 군의 경계인 구룡령을 넘는 56번국도. 이 길은 오대산(양양쪽)과 설악산(인제쪽) 사이를 흘러 양양에서 남대천과 합류, 동해로 흘러드는 후천과 나란히 놓여 있다. 양양 산중에서도 수려함이 뛰어난 미천골(서면 미천리) 용소골(서면 공수전리) 두 계곡은 바로 이 국도에서 연결된다.
△미천골〓8㎞나 이어지는 좁고 긴 계곡으로 그 끝에는 폭포의 절벽 한중간에서 샘솟는 불바라기약수가 있다. 후천의 최상류이며 오대천의 발원지 중 하나. 미천골자연휴양림(033―673―1806)과 불바라기산장(033―673―4589)도 이 계곡의 명소. 계곡 위부터 아래까지 휴양림의 산막과 야영장이 두루 설치돼 있다. 계곡 맨위쪽 방문자안내소 옆에는 오토캠핑장도 있다. 산막도 통나무집과 돌집 두가지 형태다. 계곡 중간의 불바라기산장은 이국적 정취가 물씬 풍기는 건물(3동)과 조경으로 마음을 사로잡는다. 꽃밭과 잔디가 깔린 정원에는 바비큐시설도 있고 샤워실 주방시설을 갖춘 원룸형 방도 있다. 1층 카페에는 피아노를 갖춘 라이브무대가 있다. 여기서 주인 엄연진씨는 피아노로 재즈를 연주하는 라이브콘서트도 갖는다. 남편 이씨는 계곡 상류의 토봉집에서 태어난 계곡토박이. 계곡 입장료는 어른 1000원 청소년 600원 어린이 300원.
△용소골〓공수전리의 용소골은 미천골에서 발원한 후천의 하류가 지나는 계곡. 그래도 물은 미천골에 못지 않게 맑고 깨끗하다. 작은 강이라 해도 좋을 만큼 폭이 넓어 물흐름이 느리고 물가에는 공간도 넓다. 덕분에 유아를 동반한 사람이나 오토캠핑 휴가객에게 좋다. 마을관리관광지여서 주차장 방갈로 매점 야영장등도 깔끔하게 정리돼 있다. 국도변에 세워진 안내판을 보고 공수전리로 들어가면 마을 입구에 매표소(033―673―5900)가 있다. 입장료는 어른 2000원, 어린이 1000원이며 야영장 이용료는 따로 받지 않는다.
summer@donga.com
◆여행상품
서울을 출발, 남설악의 주전골(계곡트레킹)과 소양호 뱃길(쾌룡호탑승)을 여행하고 광치령토속음식점(인제)을 들르는 답사상품이 있다. 귀로(춘천→서울)에는 북한강변을 달리는 경춘선 열차를 탄다(무박2일만) .
승우여행사. 02―720―8311
◆맛있는 집
▽광치령토속음식점(인제군 인제읍 가아리)〓양구와 인제 두 군의 경계인 광치령터널 인제쪽 입구 바로 앞 해발 560m 고지의 강원도 토속음식점. 인제토박이 우성옥씨가 3년전 문을 열었다. 대암산기슭의 울창한 숲이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광치령 고개 중턱에 소나무와 황토로 지은 운치있는 건물. 안에 들어서면 창문밖으로 고추 오이 등 갖가지 채소를 기르는 텃밭과 주변 경치가 한눈에 들어온다. 이 집의 특징은 인제 양구 등 현지에서 구입해 토속적이고 싱싱한 재료만 쓴다는 것. 산채비빔밥(5000원)에 넣는 취나물도 봄에 따서 식당옆 공터의 대형냉동냉장창고에 보관했다가 꺼내어 쓴다. 옥수수도 토종 찰옥수수 종자를 구해 농가에 나눠주고 수확때 사들여 냉동시켰다가 쓴다고. 두부도 직접 만든다. 033―463―2967
▽송천떡마을(서면 송천리)〓한계령 너머 양양쪽으로 내려와 만나는 논화리삼거리에서 우회전, 56번국도로 접어들어 홍천방향으로 가다 보‘면 ‘송천떡마을’ 안내판을 보게 된다. 이곳은 송천리마을 부녀회원 11명이 공동출자 공동작업 공동배분 방식으로 운영하는 민속떡집. 인공색소 및 방부제, 기계를 일절 사용하지 않고 만드는데 수수한 모양과 깊은 맛이 특징. 인절미는 찐 찹쌀을 떡판에 놓고 떡메로 내려치는 ‘떡치기’작업으로 만든다. 미리 주문하고 가면 내가 가져갈 떡쌀을 직접 떡치기할 수도 있다. 고산에서 채취하는 수리취(취나물 일종)를 넣은 인절미가 송천민속떡의 ‘대표작’(18㎏에 9만원). 전화주문에 전국택배. 033―673―8977, 89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