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난이 심화되고 있는 현대건설에 대해 금융권이 차입금 만기를 연장하는 등 적극적인 지원에 나섰다. 현대그룹도 현대건설의 올해 자구액을 당초 계획보다 9000억원 늘리는 등 경영개선을 적극 추진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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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건설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과 산업 조흥은행 등 12개 은행 행장은 26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유시열(柳時烈)은행연합회장 주재로 금융시장 안정화 대책회의를 갖고 현대건설이 올해 말까지 은행권에 지불해야 하는 일반 대출 및 회사채, 기업어음 등 차입금을 모두 만기 연장해 주기로 합의했다.
또 현대건설이 올해 말까지 종금 보험사 등 제2금융권에 지불해야 하는 기업어음 1000억원 및 회사채 5000억원(은행권 보유분 포함)에 대해서도 만기 연장이 가능하도록 외환은행과 현대건설이 제2금융권에 적극 요청키로 의견을 모았다.
외환은행 이연수(李沿洙)부행장은 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현대그룹 자구계획 가운데 부동산 매각 등 단시일 내에 해결할 수 없는 사안이 포함돼 자구계획이 다소 지연되는 상황에서 제2금융권이 자금회수에 나서면서 현대건설이 겪고 있는 단기적 자금난을 해소하기 위해 차입금 만기 연장 등에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외환 조흥은행은 이번 12개 은행 행장 합의에 따라 26일 만기가 돌아온 현대건설에 대한 190억원의 채권 만기를 연장했다. 이부행장은 또 유동성 지원하면서 현대측에 별도 요구를 할지 여부와 관련해 “(계열분리 등) 어떤 요구사항도 없었다”고 말했다.
한편 현대 구조조정본부는 26일 ‘현대의 자구실적 및 계획’을 발표하고 현대건설이 올 한 해 동안 총 1조5000억원의 자구계획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현대가 이날 밝힌 현대건설의 자구계획 규모는 5월말 발표한 6000억원보다 9000억원이 늘어난 것이다.
현대건설은 자구계획 달성을 위해 8월중 방글라데시 시멘트 공장을 4000만달러에 매각하는 것을 비롯해 △주택공사 개발신탁(2600억원) △광화문 사옥 매각(700억원) △보유 유가증권 및 미분양상가 매각 등을 추진키로 했다.
현대건설은 또 2489억원의 영업이익 확보를 통해 연말까지 차입금 1조852억원을 상환해 차입금 규모를 99년말 5조2000억원에서 4조1000억원 수준으로 낮출 방침이다.
현대 관계자는 “현대건설의 경우 자구노력과 영업이익만으로도 올해 만기차입금 상환이 가능하다”며 “다만 자구노력 추진에 다소 시일이 걸리는 만큼 금융기관의 만기도래 차입금 연장 및 단기금융 지원을 희망한다”고 말했다.
한편 현대건설을 포함해 현대 36개 계열사는 하반기 중 강도높은 구조조정을 통해 21조5068억원의 부채를 감축해 그룹의 총부채 규모를 작년말 52조5773억원에서 31조705억원으로 낮추고 부채비율도 181%에서 166%로 끌어내릴 계획이다.
현대는 또 전체 36개 계열사 중 올 하반기에 15개 계열사를 정리해 올해 말까지 21개사만 남기고 올 한 해 동안 27억7400만달러의 외자를 유치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viyonz@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