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 강국 케냐가 시드니올림픽을 불과 50여일 앞두고 마라톤대표팀을 전원 교체해 관심을 끌고 있다.
96 애틀랜타 올림픽 당시 한국의 이봉주(왼쪽)와 함께 선두권을 달리고 있는 에릭 와이나이나(가운데). 이 대회에서는 남아공의 투과니(오른쪽)가 우승했다.
26일 AP통신 등 외신들에 따르면 케냐육상경기연맹이 22일 모제스 타누이, 자페트 코스게이, 엘리야 라가트로 구성된 기존 남자마라톤 대표 3명을 온도로 오소로(최고기록 2시간06분54초)와 에릭 와이나이나, 케네스 체루이요트 3명으로 전격 교체했다는 것.
케냐연맹측이 밝힌 교체 이유는 이들이 훈련에 불성실했다는 것. 하지만 타누이(35)는 “우리가 그동안 끊임없이 연맹측에 선수 관리와 행정의 투명성을 요구해온데 대한 보복”이라고 주장해 파문이 쉽사리 가라않지 않을 전망이다.
여기다 새로 선발된 대표들이 전임자들에 비해 전력이 다소 떨어지는 것도 문제다. 케냐를 대표하는 마라토너중 한 명인 타누이는 올 4월 보스톤마라톤에서 2시간09분50초로 3위에 그치며 노쇠함을 드러냈지만 99시카고마라톤에서 2시간06분16초로 우승하며 통산 세계기록 3위에 올라 있다.
개인 최고기록이 2시간07분41초(97베를린마라톤)인 라가트(34)는 올 보스턴마라톤에서 2시간09분47초로 우승했다. 코스게이(32)도 올 도쿄마라톤에서 이봉주를 제치고 올시즌 2위 기록(2시간07분15초)으로 우승했던 신예.
이런 가운데 교체 멤버중 가장 뛰어난 선수로 평가되는 오소로가 대표로 뽑힌 다음날 불의의 총격으로 부상을 당해 출전 자체가 불투명해지는 등 벌써부터 내환에 시달리고 있다.오소로는 23일 가족들과 함께 차를 타고 가다 3명의 괴한들로 구성된 강도들에게 총격을 당해 병원에 입원한 상태. 2시간06분54초의 개인 최고기록(98시카고)을 갖고 있는 오소로는 올 보스턴마라톤에서 2시간10분29초로 4위에 그친 것이 올시즌 최고 기록.
와이나이나는 96애틀랜타올림픽에서 이봉주에게 뒤져 동메달을 따낸 뒤 올 나가노마라톤에서 2시간10분17초로 우승한 것이 전부. 올 로테르담마라톤에서 2시간08분22초로 우승한 신예 체루이요트(26)가 복병으로 꼽힐 정도다.
덕분에 이봉주 백승도 정남균 등 한국마라톤 3총사는 가장 껄끄러운 상대들이 사라짐으로써 한결 부담을 덜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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